엄기웅 < 대한상공회의소 상무이사 kwom@korcham.net >

중국 신화사 통신이 올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걸 20인중 한 사람으로 마거릿 대처 전 영국수상을 꼽았다.

과거 같으면 사회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해온 대처 여사가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중국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구조조정과 개혁을 계속해야 할 우리로서는 대처 여사로부터 본받을 점이 적지 않다.

1970년대 후반 당시 영국은 90년대 말 우리와 닮은 데가 많다.

외환사정 악화로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을 받고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노조의 끊임없는 파업으로 경제가 나빠진 모습이 그렇다.

50년대 최상의 사회복지와 기업의 국유화를 추진한 영국 노동당이 70년대에 와서 그 후유증에 시달린다.

한국은 70년대 중화학공업 추진 이후 90년대 과잉투자와 임금 급상승으로 한국병을 앓는다.

고비용 비능률로 비롯된 점에서 두 나라의 처방은 서로 비슷한 것 같다.

지난 79년 5월 총선에서 보수당 승리로 집권한 대처 수상은 작은정부 실현에 역점을 둔 정책을 편다.

정부 지출의 꾸준한 삭감과 세금인하,국영기업 민영화와 정부조직 줄이기에 주력한다.

영국병을 치유하기 위한 의식개혁과 함께 노조의 불법파업을 차단하고 의료 교육 등 사회복지분야의 국고지원을 대폭 줄인다.

그리고 외환관리를 폐지하고 철저한 통화정책과 빅뱅을 통한 금융개혁으로 경제를 되살려낸다.

대처 수상이 힘든 개혁을 꾸준히 밀고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굳은 신념과 국민의 지지 때문이다.

"부자를 망하게 해서는 가난한 자를 도울 수 없다""계급간 증오를 부추기는 마음이 형제간 사랑을 낳을 수 없다""벌기보다 쓰기를 더 하면 항상 궁핍에서 벗어날 수 없다" 등 수많은 연설에서 남겨놓은 명언들은 여전히 그 빛을 잃지 않고 있다.

90년 유럽통합을 반대해 자진 사임할 때까지 11년간 연임한 대처 수상은 가장 인기없는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영국 사상 최장수 총리가 됐다.

그의 업적은 노동당의 블레어 총리로 하여금 근로를 바탕으로 한 사회복지와 기업 사유화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정책변화를 가져오게 했다.

대처리즘의 빛나는 승리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