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님비(Not in my back yard:지역 이기주의) 현상이 도를 넘는 느낌이다.

이대로라면 화장장 쓰레기매립장 하수종말처리장 등 소위 혐오시설은 이 땅 어느 곳에도 발붙일 곳이 없을 것이란 생각마저 든다.

지금 서울시 주변 곳곳에는 화장장과 납골당 설립을 반대하는 각종 플랭카드들이 수없이 걸려 있다.

구호 또한 "통곡한다" "결사반대" 등 대단히 자극적이고 과격하다.

구청이나 지역 국회의원, 일부 시.구의원들까지 나서서 주민들을 선동하고 있기도 하다.

서울시가 제2 화장장을 건립하기 위해 13개 곳의 후보지를 발표한 이후 계속되는 현상이다.

서울시는 후보지 선정작업의 일환으로 그제 설명회를 겸한 공청회를 열었으나 주민들의 소란으로 중단됐다.

당초 서울시는 지난달 말까지 한곳을 확정짓고 2004년 완공할 예정이었으나 시작도 하기 전에 거센 반발에 직면한 것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화장장 설치는 화장률이 50%를 넘어서면서 시급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벽제화장장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고 벽제와 용미리납골당도 내년말이면 포화상태에 이른다고 한다.

관계자들은 "앞으로 10년내 서울에만 4-5개의 화장장과 납골당이 필요한데 제2 화장장마저도 해결이 안돼 심각한 지경"이라고 말한다.

이러다간 묘지안장은 고사하고 한줌 유골도 편히 쉴 곳이 없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도 주민들은 "우리와 관계가 없다"는 오불관언(吾不關焉) 식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님비현상은 비단 서울만이 아닌 전국적인 현상이다.

경기도내 광주 안성 남양주시 등에서 추진하는 장묘시설이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차질을 빚고 있다.

충주시 역시 노후화된 화장장을 옮기기 위해 잠정 후보지를 결정했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공사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다.

쓰레기나 하수처리, 핵폐기물 시설에 있어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심지어는 장애인학교 설립도 반대해 소송까지 간 적이 있다.

님비현상이 만연하게 된데는 당국의 책임도 크다.

과거 타성에 젖어 밀어붙이기로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될 일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해당 주민들을 설득하는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이득도 주어야 한다.

공동체 의식이 강한 선진국도 님비현상은 있다.

그러나 우리처럼 우격다짐의 이기주의로 치닫지는 않는다.

공동체를 지탱하는 필수시설 건립을 사사건건 방해하고 국책사업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니 정말 큰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