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건회계법인이 금감위에 제출한 2000년 대우차 감사보고서는 대우차처리 대안으로 제시됐던 독자회생 또는 공기업화론의 무게도 급격히 떨어뜨리는 지표로 해석할 수 있다.

자산을 모두 팔아도 못갚는 부채가 13조가 넘는 회사를 회생시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매년 엄청난 연구개발비가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우는 자동차메이커로서의 존립조차 의문시 되고 있다.

이에따라 채권단내에서는 하루빨리 청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대우차 처리를 책임지고 있는 정부와 채권단이 더욱 코너에 몰릴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떨어지는 회사의 가치=안건회계법인은 대우자동차의 영업권과 투자된 개발비 가운데 1조6천억원을 손실로 처리해버렸다.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대우자동차의 가치하락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지표다.

그동안 대우자동차의 국내시장 점유율 등을 근거로 제시한 기득권 가운데 상당부분은 이미 상실됐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해외사업장의 경우 대부분 청산이나 매각 등의 절차를 밟고 있어 그나마 대우가 갖고 있던 "동구권 시장지배력"이라는 가치도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채권단이 지난해 총 4조원 이상을 퍼부었지만 영업이나 생산 모두 특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은 결국 대우자동차가 구조적인 결함을 갖고 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지난해 포드가 7조7천억원을 제시했던 대우자동차의 매각가격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GM이 3천억~4천억원선을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GM의 태도=GM은 인수여부를 발표할 시기조차 언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대우자동차의 가치가 한계상황까지 떨어지길 기다리면 사실상 공짜에 인수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치밀한 준비를 하면서 마지막 타이밍을 재고 있는 것으로 대우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최근 GM측이 대우자동차판매를 통해 고객리스트를 점검하고 인수시 파견할 직원들이 묵을 숙소까지 파악했다고 대우 관계자는 전했다.

이는 사실상 인수의사가 분명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수 있다는 것.또한 여기서 상황을 더욱 끌 경우 반GM 여론이 형성되는 것을 GM측이 매우 두려워 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인수의사를 표명할 것이라는 게 대우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불투명한 매각=GM이 대우차 인수의사를 표시하더라도 문제는 역시 가격일 것으로 보인다.

대우 관계자는 "GM이 높은 가격에 인수를 바라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며 얼마나 낮은 가격을 써낼 것인지가 관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제프리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장의 발언처럼 공짜로 가져가겠다고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헐값매각이라는 비난여론을 무릅쓰고 GM에 넘길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대우차를 이런 상태로 지속시킬지는 정부의 판단에 맡겨질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의 대안은 청산밖에 없지만 청산은 고용이나 산업연관효과 내년 대통령 선거 등을 고려하면 불가능하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