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묘한 타이밍,과감한 결단,그리고 증시의 화답.

18일 세계금융시장은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화려한 부활을 예고했다.

그린스펀 의장이 시장의 허를 찌른 기습 금리인하를 단행하자 ''역시 그린스펀''이라는 탄성이 메아리쳤다.

증시애널리스트 투자자 기업인들은 모두 ''경제 대통령의 재림(再臨)''을 합창했다.

그린스펀이 마침내 세계 경제의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다시 섰다는 말도 나왔다.

타이밍의 귀재,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넓은 시야,1990년대 그린스펀에 대한 세간의 찬사였다.

그러나 세상 인심은 변화무쌍했다.

올들어 그의 명성은 한순간에 사라지고 비판의 소리만 난무했다.

미 경제를 침체로 몰고간 장본인,뉴욕증시를 파탄시킨 주범,그에게 쏟아진 비난들이었다.

용퇴를 촉구하는 재야 경제학자들도 있었다.

그린스펀이 1999년 하반기부터 작년초까지 금리를 여섯차례나 인상,경기 침체와 증시 폭락을 초래했다는 게 비난의 핵심이었다.

또 작년 하반기부터 경기가 하강하고 주가는 폭락하는 데도 금리인하를 주저하다가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나이(75세)가 많아 경제를 보는 혜안을 잃어버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987년에 블랙먼데이를 수습하고 1991년초에는 미 경제를 침체에서 구해내면서 10년 장기호황의 기틀을 마련하고 1998년 아시아 러시아 중남미의 금융위기때는 과감한 금리인하로 세계 경제를 살려낸 그는 경제의 슈퍼맨이었고 신이었다.

하지만 지난 4개월은 ''인간으로 태어나 신으로 죽기''를 원했던 그린스펀 의장에게는 치욕의 날들이었다.

그린스펀은 그러나 18일의 금리인하로 잃었던 명성을 상당 부분 되찾았다.

무엇보다 기막힌 타이밍은 경제를 읽는 그의 혜안이 녹슬지 않았음이 증명됐다.

"그린스펀은 금리 인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기를 기다려 왔고 드디어 그날을 오늘로 잡았다.그리고 성공했다"(미금융업체 뱅크원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다이앤 스웡크)

이번 금리인하의 타이밍은 절묘했다.

최근 미 경제에 희미하나마 회생 신호가 보이고 주가바닥론이 제기되면서 증시에 막 물이 오르려던 참이었다.

약간의 힘만 가해주면 증시가 폭발할 만한 순간이었다.

더구나 시장에서는 한동안 나돌던 조기금리인하설도 쑥 들어간 상태였다.

그린스펀은 이런 시장의 분위기를 정확히 읽었다.

이날의 기습적인 금리인하는 스타트라인을 출발한 뉴욕증시를 밀어주는 뒷바람이 됐다.

주마가편(走馬加鞭),상승세의 뉴욕주가에는 가속도가 붙었고 유럽과 아시아증시도 뉴욕의 봄바람에 날개를 실었다.

그러나 이번 금리인하로 그린스펀의 부활을 장담하기에는 이르다.

그린스펀이 만루홈런을 친 것은 사실이나 경기를 역전승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주가가 다시 폭락세로 돌변하지 않고 올하반기께 경제에 본격적인 회복기미가 나타나야만 그의 부활은 가능해진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