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일 확정한 서민금융이용자 보호대책은 지금까지 거의 방치하다시피 해온 사채시장의 무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일단 평가할만 하다.

그러나 사금융의 특성이나 관행등을 감안할 때 이번 조치가 얼마나 실효를 거둘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책의 핵심은 금융이용자보호법을 제정해 사채업자를 의무적으로 등록시키고 소액사채와 카드연체금에 대해선 최고이자율을 법으로 규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발상은 현실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노출을 꺼리는 사금융업의 특성상 등록을 해 신분과 소득을 드러내면서 대금업을 하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또 신체포기각서까지 쓰면서 돈을 빌리겠다는 사람들이 있는 현실에서 법정이자율이라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미등록 사금융업자는 형사처벌을 한다니 오히려 위험부담까지 이용자에게 떠넘기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이번 대책은 사금융업자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한 반면 신용불량자에 대해서는 대규모 사면, 소액연체자 관리 완화 등 대폭적인 구제조치를 담고 있다.

어찌보면 사금융업자는 모두 ''악덕''이고 신용불량자는 모두 ''선의의 피해자''라는 편향된 시각을 반영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이다.

물론 서민층을 상대로 고율의 이자를 뜯어내거나 불법 폭력까지 동원하는 악덕 사채업자를 가려내 처벌하는 것은 마땅하다.

하지만 오늘날 신용질서를 이렇게 문란하게 만들어 놓은 책임의 상당부분이 신용불량자 자신에게 있다고 할 때 이들을 너무 싸고도는 듯한 인상을 줄 경우 자칫 신용질서를 더 어지럽히는 결과가 초래될지도 모른다.

정부는 사금융업자에 대한 규제만 강화할 것이 아니라 신용카드 발급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등 건전한 소비관행을 정착시키고 공금융을 활성화시켜 궁극적으로는 서민들의 사금융 의존도를 줄이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