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절반 이상이 투기.부도우려 등급이라는 연구결과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논문은 이동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과 김세진 한국채권평가 대표가 20일 "한국금융학회 2001년 춘계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기업신용위험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5백24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예상부도빈도모형(EDF)"을 사용해 기업의 신용도를 평가한 결과 투기등급인 "BB"등급 이하 기업수가 전체의 58.1%에 달하고 이들 기업의 차입금 비중은 전체 차입금 규모의 63.8%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또 회사채 시장의 투기등급 이하 발행기업수(62.8%)와 발행금액 비중(60.8%)과도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자료에서 평가기준으로 제시한 EDF모형이 신용평가 기준으로 사용될 수 있는지,한국적 상황을 제대로 반영한 것인지를 둘러싸고 적지않은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김선대 한국신용평가 상무는 "EDF는 시장변수를 매일 반영해준다는 장점은 있지만 주가 등락에 따라 자산가치도 급변하기 때문에 일관적인 평가가 어렵다"고 말했다.

경영관행과 증시구조의 차이를 간과했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기업들은 지금까지 "자본경영"(equity financing)보다 "차입경영"(debt financing)에 주로 의존해왔다.

논문이 비교대상으로 제시한 영미국가들과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EDF는 주가가 급락해 자산가치가 떨어지면 부채비율이 높은 국내 기업은 자동으로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증권시장의 깊이를 감안하지않고 기업가치를 일률 비교하는 오류를 범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또 신용평가등급을 받지 않은 무등급 기업(조사대상 기업의 46.6%)전부를 사실상의 "부실기업"으로 간주하고 있는데 이 역시 오류라는 지적이다.

이정조 향영21세기리스크컨설팅 대표는 "현금흐름이 좋아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등급이 필요없는 기업까지 부실기업으로 분류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경영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계량 지표만 가지고 분석하는 경향이 만연하고있다"며 "이는 부실비중을 과대포장하고 금융시장 불안을 오히려 부채질하는 위험한 접근 방법"이라고 비판했다.

김세진 한국채권평가 대표는 이에 대해 "특정 신용평가 기법이 더 우수하다는 주장은 아니다"며 "EDF는 금융시장의 정보를 매일매일 반영해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하나의 유용한 기업 신용분석 평가기법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 *용어설명 EDF(Expected Default Frequency) 주가 금리 환율 등 금융시장의 정보까지 활용해 기업의 자산가치를 측정하는 모델.부채가 자산보다 많을수록 부도위험이 큰 것으로 본다.

지난 91년 미국 금융공학회사인 KMV에서 처음으로 개발했고 무디스도 최근 자체 EDF모형을 만들었다.

국내에선 한빛은행이 KMV의 EDF모델을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