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경직적인 금리정책이 새삼 도마에 올랐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시장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는데 반해 한은과 금통위는 시기를 놓치거나 심지어 경기상황과 반대로 가는 판단착오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철환 한은 총재는 지난 18일 국회 보고에서 "FRB와 달리 그동안 안올렸기 때문에 안내렸다"는 궁색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 2년간 세차례뿐 =한은은 99년5월 통화관리방식을 통화량에서 콜금리로 바꾼뒤 2년간 단 세차례 금리를 조정했다.

작년 2월, 10월엔 올렸고 지난 2월엔 내렸다.

그동안 FRB는 10차례나 금리를 조정했다.

작년 5월까지 6차례 금리를 인상(1.75%포인트)했고 올들어 4차례 인하(2%포인트)했다.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매월 첫주 목요일)에서만 금리를 조정해 시기의 묘를 발휘하지도 못하고 있다.

한은법상 금통위의장(한은 총재)이나 금통위원 7명중 2명의 발의로 임시회의를 열 수도 있지만 소집된 적이 없다.

반면 FRB는 수시로 공개시장위원회(FOMC) ''임시회의''를 열어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줄거리가 뻔한 ''연속극''(한은)과 시장의 허를 찌르는 노련함(FRB)의 차이였다.

◇ 거꾸로 가는 금리 =한은은 작년 10월 뒤늦게 콜금리를 올려 경기침체를 심화시켰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인상 사유는 △경기상승국면 지속 △4개월째 물가상승 등인데 이때는 경기정점(작년 8월)을 한참 지난 때였다.

10월이 포함된 4.4분기 경제성장률이 4.6%(전분기대비 -0.6%)로 급락한 사실로도 이는 입증된다.

한은 관계자는 "당시 생산은 호조였어도 각종 선행지표에서 하강징후가 엿보였는데 간과됐다"고 자인했다.

한은은 넉달뒤인 올 2월 "실물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며 뒤늦게 금리를 내렸지만 이후로는 ''동결''만 고집하고 있다.

◇ 결정시스템도 문제 =금리대응이 신속치 못한 이유로 한은은 금통위 의결에 대한 정부의 재의요구권, 열석발언권(재경부차관)을 들었다.

법상 금통위 소집 이틀전에 안건을 통보해야 하는등 보안이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가 중앙은행의 고유권한인 금리정책을 자주 언급해 혼선을 빚은 것도 장애요소라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그러나 정부 개입을 거론하는 것이야말로 한은의 무책임성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도 적지않다.

한 금융관계자는 "한은이 정부를 핑계대는 것은 놀라운 발상"이라고 말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