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으로 눈부신 벚나무가 줄지어선 여의도.

화사한 바깥 풍경과 달리 기협중앙회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이른바 ''상근 부회장 낙하산 인사 파문'' 때문이다.

이 건물에 며칠전 대자보가 나붙었다.

상근 부회장의 강제 교체 움직임을 간파한 기협 노조가 붙인 것이었다.

노조측은 대자보에서 "정부가 이중구 상근 부회장을 중도 하차시키려 하고 있다"며 "적법한 절차를 무시한 인사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이틀 후인 지난 20일 오후 기협중앙회는 이사회를 열어 김홍경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을 새 상근 부회장으로 추천했다.

김 이사장은 중소기업청의 승인을 거쳐 곧 상근 부회장으로 임명된다.

우려했던 낙하산 인사 사태가 벌어지자 노조측은 기협 수뇌진에 강력히 항의했다.

노조측은 "이 부회장은 38년이라는 기협 역사상 처음으로 내부승진해 임직원의 지지를 받고 있고 업무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며 "임기 3년의 상근 부회장을 7개월만에 쫓아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노조측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기협 집행부는 "이번 교체는 중기청이 지난해 이 부회장을 임명하면서 ''차기 회장이 상근 부회장을 다시 임명해야 한다''며 내건 ''조건부 승인''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사실 문제의 핵심은 기협 집행부보다 정부관료들이다.

민간경제단체에서 선임한 임원에 대해 조건부 승인이라는 희한한 조치를 취한 것부터 마음대로 갈아치우기 위한 전략이었던 셈이다.

다시 말해 특정인물을 위해 자리를 미리 확보해 두려는 ''사전예약'' 조치였음이 드러났다.

이 부회장이 스스로 사의를 표명했다고는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노조측의 주장대로 기협이 ''퇴직관료의 자리보장''을 위한 단체로 머물 경우 과연 2백80만 중소기업의 대변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중소기업인들은 걱정하고 있다.

1960년대 기협의 설립과 더불어 시작된 낙하산 인사의 전통(?)이 21세기에 들어서도 꿋꿋하게 이어지고 있고 이로 인해 기협에 근무하는 임직원들과 뜻있는 중소기업인의 사기는 벚꽃처럼 땅에 떨어지고 있다.

이정호 벤처중기부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