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본선에 앞서 실시된 도도부현(都道府縣)별 지방 예비선거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후보가 압승을 거둠에 따라 ''고이즈미 총재'' 탄생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고이즈미 후보는 자민당 일반 당원을 대상으로 실시된 예비 선거 개표 결과 22일 오전 현재 10개 현에서 최대 라이벌인 하시모토 류타로 후보를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1위를 차지, 각 현에 걸려 있는 3표씩 모두 30표의 지방표를 먼저 확보했다.

반면 하시모토 후보는 오키나와현에서만 1위를 기록, 3표 확보에 그치고 있다.

고이즈미 후보가 이처럼 초반 예비 선거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압승을 기록, 선두를 질주함에 따라 24일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투표에 참여하는 본선에서도 하시모토 후보가 역전승을 거두기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자민당 내에서는 23일 완료되는 예비 선거에서 고이즈미의 압승이 굳어지면 하시모토 후보가 당 분열 등을 막기 위해 본선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2위 득표자를 상대로 치러지는 결선 투표를 포기해야 한다는 중도 사퇴론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당내 최대 파벌인 하시모토파 간부 사이에서도 하시모토 후보의 패배를 사실상 인정하는 발언이 잇따르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고이즈미 체제'' 등장에 대비한 ''거당 체제'' 구축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고이즈미 후보는 21일 뚜껑이 열린 예비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나자 "그동안 꿈틀거리던 마그마가 분출한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또 "중앙당의 변함없는 파벌정치에 식상한 지방 당원들의 민의가 이번 예비선거를 계기로 폭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일본 정가에서 흔히 ''괴짜''로 통하는 고이즈미 후보는 그동안 노후화된 자민당의 체질과 발상에 비해서는 좀처럼 생각하기 힘든 파격적인 언동으로 일본인들의 시선을 지중시켜 왔다.

입바른 소리를 잘하고 한번 내뱉은 말에 대해서는 절대 양보하지 않는 완고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