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달러/원 환율은 바닥을 다졌다는 인식이 공고해진 가운데 상향조정세와 본격적인 반등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혼재하고 있다.

다만 방향이 위쪽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시장참가자들의 공통된 견해로 ''1,300∼1,330원''이 주된 범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환시장은 현재 내부적으로 환율을 조정할 수 있는 여건이 제한돼 있어 외부요인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달러/엔 환율과 역외세력의 움직임이 가장 큰 변수이자 환율상승을 이끄는 주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당국의 개입강도, 월말을 맞은 네고자금, 외국인 주식순매수자금 출회 등이 상승을 억제하는 장애물로 작용하게 된다.

주말을 앞두고 극심한 급등락을 거친 시장참가자들은 거듭 예측이 어긋나는 장세속에서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지난주말 급등 모습이 빨라 조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급등락의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 달러/엔 바닥 다지기 = 달러/엔 환율의 영향력은 이번주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지난 19일 뉴욕장에서 120.94엔에 마감된 바 있는 달러/엔은 20일 도쿄장에서부터 122엔을 넘어서 이번주 122.54엔에 마쳐 바닥을 다졌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시장거래자들은 달러/엔이 조정과정에서 저점을 확인하고 다시 상승시도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달러/엔이 최근 ''120∼125엔''의 박스권에 있음을 감안하면, 이 범위내 상승과 중장기적으로 갈 것으로 보고 있는 130엔을 향한 발걸음 사이에서 문제가 걸린다.

시장의 기본적인 인식은 "경제 펀더멘털이 바뀌지 않는 한 엔화강세는 무리"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달러/엔은 아래쪽으로 120엔이 지지되고 있다는 데 있다.

20일 미야자와 대장상이 "엔화가 달러에 대해 5주중 최고치까지 상승한 이후 외환시장을 주의깊게 주시하고 있다"고 발언, 120엔이하의 엔강세를 일본 정부가 달가와 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일본은 125엔이상에서도 다른 나라 통화와의 관계를 고려, 적극적으로 상승을 막고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달러/엔 환율이 150∼170엔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점을, JP모건은 130엔대를 언급했다. 대형 투자은행의 이같은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향후 자산운용이나 달러화나 엔화에 대한 포지션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달말까지 엔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본 신임총리 결정, IMF·IBRD 연차총회, G7회의 등도 엔화향방을 조심스레 점칠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금리인하를 했으나 일본과의 금리차로 인해 달러/엔 환율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지난 18일 기습적인 금리인하여파로 달러/엔이 120엔대 후반까지 밀렸으나 중동 긴장감 재연, 아르헨티나의 채무불이행 우려로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일면서 122엔을 회복한 것 등으로 미뤄 투자자들은 ''달러매수''가 보다 편하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엔화가 125엔에서 미끄러진 이후 단기하향조정을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며 "G7 회의가 끝난 이달말이후 달러/엔은 방향을 정하고 이번주에는 단초를 조금씩 내비칠 것으로 보여 세심한 관찰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 수급보다는 심리에 의해 환율 움직일 듯 = 국내 시장거래자들 사이에 고착화되다시피 한 ''달러/엔 따라잡기(One Factor & Dealing)''의 거래패턴도 여전하다.

그러나 아직 달러/엔 방향은 모호할뿐더러 관찰이 필요하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지난 금요일에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1,300원을 하향돌파해야 차트돌파에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으나 그러지 못했다"며 "엔화가 121엔대가 다시 깨지지 않으면 원화환율도 바닥을 다진 셈"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1,300원 아래는 달러/엔이 120엔 아래로 가지 않으면 어렵다"며 "수급보다 심리에 의해 좌지우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불안심리에 의해 환율이 급변동할 가능성도 있음을 언급했다.

수급면에선 균형을 이뤄 별다른 변수로 부각되지 못할 전망이다. 월말에 접어들었으나 환율상승기대감을 지닌 업체들로선 쉽게 물량을 내놓지 않을 것이고 결제수요는 꾸준히 따라붙고 있다.

당초 지난 금요일 환율하락요인으로 크게 부각됐던 외국인 주식순매수 자금은 일부가 나왔음에도 역외세력에 바로 흡수되고 말았다. 시장거래자들은 다음주초에도 2∼3억달러의 주식순매수분이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환율하락보다는 상승을 제한하는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역외세력의 매수세 지속여부도 관심이다. 지난 20일 뉴욕장에서도 역외매수세는 이어져 NDF환율은 1,321/1,323원에 거래를 마쳤다. 앞선 서울 외환시장 마감가 1,313원보다 크게 올랐다.

외환당국의 대응도 분주해질 전망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당국이 외환보유고를 헐어 그동안 환율을 하락세를 이끌었으나 오히려 역외세력에 저가매수기회를 제공한 셈이 됐다"며 "펀더멘털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환율이 떨어지는 것은 무리이며 역외매수세에 제동을 걸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