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지수가 지난 금요일 미국 증시에 앞서 선조정을 마친 뒤 상춘곡의 즐거움을 기대하는 눈치를 숨기지 않았다.

월요일 미국 시장 개장 이전에 열린 일본, 대만, 홍콩 등의 아시아 시장과는 약보합 장세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보인 것.

달러/원 환율도 121∼122엔대의 달러/엔 따라가기가 여전하지만 1,310원대에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고 금리도 4월 물가불안을 떨치지 못했지만 급등락은 없었다.

이처럼 외환과 채권 등 여타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지난주 미국의 전격적인 금리인하로 촉발된 외국인의 대량 주식 순매수와 그에 따른 주가 급등이 주된 요인.

◆ 박스권 레벨업, 증시 분위기 개선 조짐 = 시장관계자들은 국내 여건에 별다른 변화가 없고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감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유보조건을 달고 미국의 금리인하라는 외부충격에 의한 변화라는 점에서 일단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지난 1997년 IMF위기 이래 국내 자본시장의 자유화가 급속히 진행됐고 아시아는 물론 유럽 등 세계경제의 미국 의존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인하를 축으로 하는 증시여건의 변화 가능성과 그 영향력은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종합지수가 연중 최저치인 480선 밑으로 다시 떨어질 수 있다는 공포감이 일거에 해소되고 500∼520의 지지선을 확보한 뒤 580 이상의 추가상승 가능성을 탐색할 만큼 투자심리가 전환됐다는 측면이 부각되고 있는 것.

이날 종합지수는 지난 금요일 하루 조정을 마치고 주초 조정 예상과 달리 560선을 다시 돌파, 지난주 갭상승으로 확보한 120일(552)와 60일(557) 이동평균선을 지켜내 긍정적인 시장심리의 일단을 내비쳤다.

거래량도 거래소와 코스닥 두 시장에서 지난 4월초까지 하루 2억주 가량에서 중순들어 3억주, 그리고 18일 이래 나흘째 4억주를 넘어서는 등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도 긍정적 신호 중의 하나이다.

LG투자증권의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580선을 돌파해야 추세 전환 등 본격적인 상황이 바뀌었다고는 할 수 있다"면서도 "거래량이 증가하고 550선대의 박스권으로 한단계 올라서면서 바닥권 탈피 움직임을 보여 추세반전 국면에 진입하는 등 가능성은 생겼다"고 평가했다.

◆ 추세 반전을 탐색하는 투자자들 = 종합지수가 550선대의 박스권으로 한단계 올라서면서 투자주체별로 일부 자신감을 피력하면서도 향후 장세의 불확실성을 염두에 두면서 이를 탐색하는 태도는 다른 행태를 나타냈다.

전반적으로 외국인의 매수강도가 약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고 이에 따라 추가상승 여력이 완화되지 않겠느냐는 데 일견 동조하면서도 이를 맞이하는 태도에 차이가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개인은 매도에 주력하면서 코스닥으로 이동하는 반면 증권과 투신 등 기관은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프로그램 매매를 중심으로 한 매수라는 한계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투신을 축으로 하는 기관의 프로그램 매수는 차익, 비차익을 포함해 지난 18일 이래 하루 1,000억원을 넘었다. 지난 20일 2,330억원에 이어 이날 1,815억원 등 유입시키면서 장을 뒷받침했다. 이에 따라 매수차익잔고는 3,5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교보증권의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개인이 코스닥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것은 거래소보다는 코스닥의 수익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서 "성급하게 추가상승에 기대기보다는 냉정한 모습이라는 긍정적인 면이 있으나 향후 장이 중소형주 위주의 패턴으로 지리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관 역시 시장의 눈치보기 속에서 프로그램 매수를 유입하고 있으나 매물화 가능성은 열려있기 때문에 기관의 매수를 긍적인 사인으로 보기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선물시장의 움직임을 들어 기관 매수에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선물시장이 정상적인 시장으로 복귀, 지난 하락 또는 횡보장과는 달리 현물지수의 상승 전망에 대한 예측지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

특히 최근 선물 강세로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높아지면서 시장베이시스가 플러스인 콘탱고가 지난 18일 이래 나흘째 지속되면서 차익 뿐만 아니라 비차익에서도 매수세가 유입된다는 분석이다.

델타투자자문의 박상현 이사는 "시장베이시스에도 나름대로 추세가 있다"며 "이전과는 달리 시장베이시스가 며칠동안 플러스 콘탱고를 유지하는 것은 선물지수가 현물에 대한 선행성을 보여주는 것으로이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580선에 걸친 매물대를 보고 돌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이전의 단타성 프로그램 매물이 출회됐던 점을 들어 매물화 우려감이 피력되는 듯하다"면서 "그러나 물량이 나올 것을 미리 겁낼 필요는 없으며 선물이 강세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하루종일 백워데이션이 나는 것을 보고 정리해도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KGI증권의 황상혁 선임연구원은 "미국 시장이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선물시장에 콘탱고가 지속되면서 장이 장중 조정을 이겨내고 있다"며 "기관이 70%를 차지하는 프로그램 매수가 선물 강세로 베이시스 흐름을 타고 현물에 영향을 주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외국인 매수 둔화, 관건은 삼성전자 =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매수주체로 부각된 외국인의 매수강도가 약화되면서 향후 장이 조정양태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이 여전히 많다.

특히 외국인 매수둔화는 △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이 사상 최고치에 달하고 △ SK텔레콤, 한국통신 등의 외국인 지분한도가 거의 꽉 찬 상태이며 △ 미국 뮤추얼펀드의 주식형에 자금 유입이 본격화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일 기준으로 외국인 지분율은 삼성전자가 58%를 넘었고, SK텔레콤 49%, 한국통신 19%, 포항제철 57%, 국민은행 60%, 주택은행 62% 수준을 기록하는 등 주요 종목의 외국인 지분율이 최고 수준에 달해 있다.

아울러 현재 국내의 기업과 금융 구조조정 상황에서 외국인이 삼성전자 등 지수관련 대형주에서 금융주로 매수를 이동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중가 블루칩이나 업종대표주 등으로 매수세를 옮아간다고 하더라도 그 규모나 영향력은 삼성전자 등 지수관련 대형주를 따르기 힘들다는 것이다.

외국계 증권사 영업팀의 한 임원은 "시장이 전환점에 온 듯하지만 은행주에 대해 강력하게 매수하리라는 입장은 별로 없어 보인다"면서 "그러나 삼성전자의 경우는 여전히 강력 매수 입장"이라고 말했다. 지분율 한도를 개의치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어 그는 "삼성전자의 경우 이전 30만원 이상에서 떨어질 때 27만원에 한번 걸렸고 23만원이 깨질 때 외국인들이 깊이 고민했기 때문에 현재 23만원에서 매도와 매수가 엇갈리고 있다"면서 "반도체경기가 바닥에 왔다는 판단이고 어떤 계기로 23만원이 돌파된다면 27만원대까지 일단 상승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관건은 여전히 미국 주가와 경기 = 물론 시장관계자들은 국내 증시 여건 변화의 기폭제는 미국의 금리인하였고 미국 주가의 반등이었다고 강조한다.

국내 증시가 일정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투자심리도 개선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전제는 미국 시장이었고 향후 전망도 미국 시장이 관건이라는 점을 부인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최근 미국 경기가 재고감소, 산업생상 증가 등의 사인을 보이고 있으나 소비자신뢰지수와 선행지수 등은 좋지 않게 나오는 등 경제지표들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의 2/3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의 둔화, 기업경기 악화에 따른 자본투자 감소 우려감이 지난주앨런 그린스펀이 전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내놓은 논거였다.

오는 26일부터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와 세계은행(IBRD)의 연차총회에서도 미국의 성장둔화가 최대의 주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기업실적면에서 지난 20일 기업조사회사인 톰슨 파이낸셜/퍼스트 콜에 따르면, S&P500지수를 구성하는 기업 가운데 이미 1/4분기 실적을 발표한 235개 중에서 57%가 예상치를 웃돌았고, 30%가 예상치에 근접했다. 그러나 36%가 실적 발표 이전에 실적 전망치를 하향조정한 상태다.

S&P500 기업들이 대부분 실적을 낮췄고 이들 기업들의 총수익은 작년 수준을 밑돌았으며, 이미 보고서를 발표한 235개 기업들의 실적이 작년보다 7.6%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지난주 나스닥지수가 반등해 2,000선을 회복한 것을 두고 바닥심리를 다지면서 투자심리를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놓았다는 긍정적인 면을 지적하는 입장들이 있는 반면 낮춰놓은 전망치를 맞췄다고 좋아하는 것은 ''바보스러운 짓''이라고 폄하하는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특히 S&P500지수 중에서 첨단기술과 관련된 83개 기업들의 실적은 작년보다 평균 38% 떨어지고, 이들 중 이미 실적을 내놓은 46개 S&P 기술기업들은 작년보다 28%가 실적이 낮았다고 퍼스트콜은 전했다.

◆ 엇갈린 전망, 주가 변동성에 대비를 = 시장관계자들은 미국 경기와 주가가 일정 바닥국면에 왔다는 기대감을 피력하면서도 방향에 대해 자신하지 못하는 못했다. 미국 쪽에서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예상하는 주장이 여전하고 향후 발표될 지표가 나빠질 경우 주가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크다.

교보의 임송학 팀장은 "미국 주가가 조정 뒤 상승할 가능성도 하락할 가능성도 여전해 2,000선이 지지선으로 확인됐다고 말하기는 이르다"면서 "미국이 2,000선을 유지한다는 전제의 박스권 상황에서 우리주가도 지지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이 바겐세일 이후 차익실현에다 숏셀링이 강화되는 쪽으로 나타날 경우 급락가능성을 가장 경계한다"면서 "미국 나스닥이 약세장 랠리라는 점에서 되돌림이 가능하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LG의 황창중 팀장은 "미국이 1/4분기 실적발표에 내성을 키우고 공격적인 금리인하 등 경기회복 기대감을 높이는 모습"이라면서 "경기회복 시그널이 가시화되야 한다는 전제는 있으나 최소한 V자는 아니라도 매물소화를 거치면서 5월 금리인하를 계기를 탐색하는 장을 전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은 지난주 전격적으로 금리인하를 발표한 뒤 이번주에는 24일 컨퍼런스 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 25일 내구재 주문동향, 26일 고용비용지수, 그리고 27일 1/4분기 GDP와 미시건대학 소비자신뢰지수 등 주요지표가 발표될 예정이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연방은행 관계자들의 잇따른 연설이 있을 예정인 가운데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오는 27일 채권시장협회에서 강연할 예정으로 있어 이또한 주목된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