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상품을 산 뒤 PC에 연결된 초소형 카드리더기에 카드를 꽂는다.

카드 칩에 적립된 돈으로 대금결제가 이뤄진다.

이 카드를 들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 리더기에 살짝 갖다대면 남은 돈으로 결제가 된다.

접촉식과 비접촉식 겸용이 가능한 콤비형 전자화폐의 사용 모습이다.

케이비테크놀로지의 조정일(41) 대표는 콤비카드로 전자화폐 시장을 선도하는 벤처기업인이다.

콤비카드를 가능케 한 기술은 조 대표가 독자개발한 칩운영체계(COS).

조 대표는 이를 활용한 전자화폐 시스템을 실용화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부산 시민들은 교통과 백화점은 물론 인터넷상의 결제도 카드 하나로 해결하고 있다.

부산에만 30만매의 콤비카드가 보급됐다.

입소문은 다른 지방자치단체를 자극했다.

콤비카드는 시민의 편리함을 더해 주는데 머물지 않는다.

행정전산망과 연결하면 행정서비스의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원주에서는 2월부터 콤비카드를 쓰기 시작했다.

경기도는 6월부터, 울산 경남 전북은 7월부터 사용키로 하고 시스템을 구축중이다.

광주 대전 경북지역 지자체들과는 협의중이다.

서울은 기존 교통카드 리더기의 전면교체에 부담을 느껴 우선 마을버스에 적용키로 했다.

5월부터 서울의 1천여대 마을버스에서 이 회사의 콤비카드가 사용된다.

올해말까지 전국에서 3백만장의 콤비카드가 보급될 것으로 조 대표는 예상했다.

덕분에 이 회사는 급성장 궤도에 진입했다.

1999년 34억원이던 매출이 2000년 1백28억원에 이어 올해엔 4백80억원에 이를 것으로 회사측은 전망했다.

이 회사는 콤비카드를 비롯해 리더기 충전기를 만든다.

정산용 서버를 운영하는 댓가와 거래 수수료도 이 회사 수입이다.

"비자와 마스터카드 진영에서 내놓은 전자화폐와도 맞붙을 자신이 있습니다"

한개의 칩으로 접촉식과 비접촉식을 구현하는 것은 콤비카드가 유일하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조 대표는 비접촉식인 교통카드로 쓸 수 있다는게 콤비카드의 최대장점이라고 말했다.

고객확보가 손쉬운 교통카드 시장에 진입한 뒤 접촉식이 요구되는 전자화폐 시장으로 확대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두개의 칩을 얹어 접촉식과 비접촉식을 구현하는 하이브리드 카드가 있으나 각 칩에 적립된 돈을 옮길 수 없어 사용이 불편하다.

조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 주요 금융기관들과 전자화폐 정산을 맡는 회사인 마이비와 A-캐시를 설립했다.

마이비는 부산은행,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A-캐시는 국민.삼성카드 LG캐피탈 등이 출자했다.

성균관대 물리학과 출신의 조 대표는 한국정보통신에 근무하면서 전자화폐의 성장성에 매료됐다.

콤비카드 아이디어로 창업한 그는 그러나 칩 제조업체의 협력을 얻어내는게 쉽지 않았다.

거들떠 보지도 않는 필립스에 10만달러의 개발비를 대주며 설득했다.

COS를 탑재한 콤비카드 칩은 그렇게 개발됐다.

그 칩이 회사의 성장엔진이 된 것.

내년부터는 해외시장에도 진출키로 했다.

미국을 비롯해 러시아 남미 업체들과 협의중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