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국가 디폴트(외채상환 불능)사태까지 거론될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금융기관들이 국채를 헐값에 인수하려 하자 이에 반발,7억5천만달러어치의 국채매각을 전격 취소했다고 24일 보도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 월가에서는 아르헨티나의 디폴트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HSBC은행의 한 외환전문가는 "비록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자금을 받고 있지만 국채매각 차질로 외채를 제대로 갚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는 1천2백80억달러의 총 외채중 당장 올여름까지 65억달러를 갚아야 한다.

국채발행 취소로 아르헨티나 국채가격은 23일 5.6% 급락했다.

증시는 연 3일째 속락,주가지수가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 증폭사태는 곧장 주변국으로 퍼져나갔다.

브라질과 칠레의 통화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고 멕시코의 주가와 통화가치도 급락했다.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 불똥은 동유럽과 러시아로 튀었다.

동유럽증시가 흔들리고 러시아의 30년만기 국채가격은 5%나 떨어졌다.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아르헨티나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더 많은 지원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는 작년말 미국 정부의 주도하에 IMF로부터 3백98억달러의 구제자금을 지원받기로 합의한 상태다.

아르헨티나 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난달 10년 만에 다시 경제장관에 복귀한 도밍고 카바요는 IMF자금과 정부지출감축 등 경제개혁을 통해 경제를 안정시킬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경제에는 회생조짐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경기 불황은 3년째 이어지고 실업률은 15%로 높아졌다.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는 브라질 멕시코 등 주변 중남미 국가는 물론 러시아 동유럽 등 다른 신흥시장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은행들도 아르헨티나 기업과 정부에 많은 자금을 대출한 까닭에 아르헨티나 경제가 최악의 사태에 몰릴 경우 미 금융시장도 일대 충격을 받게 된다.

따라서 한국으로서도 아르헨티나 경제 위기는 강건너 불이 아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