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59) 전 후생상이 자민당 총재로 선출됨에 따라 26일 국회에서 총리로 선출될게 확실하다.

파벌정치 타파를 기치로 내건 고이즈미는 파벌간의 나눠먹기식 밀실정치에 신물이 난 평당원들로부터 선풍적 인기를 얻어 총리직을 맡게 됐다.

또 90년대 초반 일본경제의 버블(거품)이 걷히면서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경기침체를 구조조정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다짐도 큰 호응을 얻었다.

경제계에서는 고이즈미가 총리가 되면 주가가 크게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분석을 내놓으며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고이즈미는 자민당 내에서 대표적인 개혁론자로 꼽혀온 인물이다.

당을 해체할 정도의 근본적인 개혁을 단행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내각도 전면적으로 개편, 행정의 낭비와 비효율에 과감히 메스를 가해 정책의 대전환을 도모하겠다고 공언했다.

우리 역시 그의 개혁의지를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선거운동기간중 고이즈미의 언동에 꺼림칙한 부분이 많아 걱정스러운 생각이 드는 것도 솔직한 심정이다.

우선 한.일간에 가장 큰 현안으로 대두돼 있는 역사교과서 왜곡문제에 대해 한국 등의 주장을 부당하다고 언급한 점이다.

또 하나 세계 2차대전 당시 A급 전범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하겠다는 공약도 신경이 무척 쓰이는 대목이다.

안보분야에선 집단 자위권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자국이 직접적인 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동맹국이나 주변국가가 공격을 받을 경우 교전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고이즈미의 이러한 보수.우파적 성향이 앞으로 정책에 반영될 경우,한국 중국 등 주변국가들과의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일 한국인의 숙원인 참정권문제에도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을 한번도 방문한 적이 없다든지, 김치를 싫어한다는 등의 소식도 유쾌하지는 않다.

상대국에 대한 이해부족을 상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은 항상 ''가깝고도 먼 이웃''으로 치부되고 있다.

고비고비마다 갈등이 많았던 두 나라 관계가 김대중 대통령 집권 이후 비교적 순탄한 길을 밟아 왔다.

그런데 최근 역사교과서 왜곡문제가 불거지더니 우리 제품에 대한 반덤핑관세 부과조치로 대한해협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내년의 월드컵경기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지역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점에서 일본은 특히 한국과의 관계를 소홀히 해서는 안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