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이자는 누가 부담하라고 .. 강만수 <디지털경제硏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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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물가가 상승하면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돼 원금마저 잠식된다고 걱정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은행권 수신금리는 5%대인데, 여기서 16.5%의 세금을 떼고 나면 나머지는 4% 정도가 돼 5%에 육박하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예금자가 받는 실질금리는 마이너스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쓰고 보자는 소비심리가 확산되거나, 이자소득 감소에 의한 소비위축으로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을 걱정하는 소리도 들린다.
일본과 같이 금리를 제로에 가깝게 인하해도 투자로 연결되지 않는 ''유동성 함정''을 걱정하기도 한다.
최근 삼성그룹은 투자재원을 내부 유보자금의 80% 이내에서 마련하고, 투자재원이 부족할 경우에는 기존 자산이나 사업을 매각해서 마련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기업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해 투자를 꺼리고 있는 것은 경기와 자금시장이 쉽게 정상화되리란 기대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그 여파로 수출이 감소하는 속에 수입도 줄어 지난 1분기 원자재는 마이너스 13.8%, 자본재는 마이너스 11.4%로 크게 감소했다.
''금리''는 ''돈의 값''이다.
''돈을 파는 사람''은 높이 받으려 하고 ''돈을 사는 사람''은 낮게 주려고 한다.
현실적으로는 금융시장에서 자금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에 대한 대출금리의 최고한도는 기업이 그 돈을 투입해 벌 수 있는 이윤을 넘을 수 없다.
60∼70년 고성장시대 부동산가격이 매년 천정부지로 오를 때에는 기업뿐만 아니라 가정주부도 은행의 돈만 끌어 올 수 있다면 15% 전후의 은행이자를 물고도 큰 투기소득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에 은행자금에 대한 수요는 한이 없었고 수신금리도 높았다.
90년대 후반부터 부동산의 거품이 사라지면서 전반적인 투자수익률이 떨어진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최근에 와서 기업이 투입한 총자본에 대한 이자지급 전의 기업경상이익률은 제조업의 경우 과거 10% 전후에서 5∼7%로 낮아졌고, 지난 3년간 경제성장률도 평균 4.4%에 불과하다.
현재의 5%대 수신금리는 9%대 대출금리와 은행의 자금중개비용인 예대마진이 4%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낮은 수준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7%인 기업경상이익률이 올라가지 않으면 예대마진이 3%로 축소된다 하더라도 수신금리는 5% 이하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거시적으로도 잠재성장률이 5% 전후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기는 어렵다.
물가가 올라가면 예금을 하는 가계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대출을 받아 가는 기업과 중개하는 은행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실질금리를 보장하기 위해 경기는 하강하는데도 금리를 올린다면 기업의 이자지급능력은 더 고갈돼 갈 것이다.
실질금리는 금리를 올린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주택모기지대출, 자동차할부금융, 크레디트카드 등 ''미래소득의 현재화'' 장치가 발달돼 있는 미국은 금리인하가 바로 소비지출의 증가를 유발하고 증권시장에도 즉각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의 소비지출을 현재소득이나 과거소득의 축적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금리인하가 소비지출에 영향이 없거나 감소를 초래하는 효과도 나타난다.
이러한 효과는 음성소득이 많고 축적과정이 투명하지 못한 자산이 많은 사회에선 더욱 커진다.
그리고 최근의 소비둔화는 지난 2년간 구조조정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밀려났고, 실직자들이 받은 퇴직금이 대부분 소진된 데도 그 이유가 있다.
올해의 경제성장률도 당초 5%대로 전망했으나 비관적으로는 3%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고, 대부분의 기업이 비상경영체제로 들어가는 상황이다.
예금자는 물가상승을 보상할 만한 고금리를 받고 싶지만, 금리를 최종적으로 부담하는 기업의 이익률이 낮아지고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 현재의 금리도 부담하기 힘들어진다.
금리조정에 대한 우리 금융시장과 증권시장의 반응은 무덤덤하거나 예상과는 반대로 반응하는 경우도 많았다.
투자수요는 이미 얼어붙은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기업의 코스트만 높이고 대외경쟁력만 악화시키는 결과를 부를 수 있다.
선진국과 다른 우리의 여건을 잘 생각하고 금리정책이 운영돼야 할 것이다.
mskang36@unitel.co.kr
은행권 수신금리는 5%대인데, 여기서 16.5%의 세금을 떼고 나면 나머지는 4% 정도가 돼 5%에 육박하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예금자가 받는 실질금리는 마이너스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쓰고 보자는 소비심리가 확산되거나, 이자소득 감소에 의한 소비위축으로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을 걱정하는 소리도 들린다.
일본과 같이 금리를 제로에 가깝게 인하해도 투자로 연결되지 않는 ''유동성 함정''을 걱정하기도 한다.
최근 삼성그룹은 투자재원을 내부 유보자금의 80% 이내에서 마련하고, 투자재원이 부족할 경우에는 기존 자산이나 사업을 매각해서 마련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기업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해 투자를 꺼리고 있는 것은 경기와 자금시장이 쉽게 정상화되리란 기대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그 여파로 수출이 감소하는 속에 수입도 줄어 지난 1분기 원자재는 마이너스 13.8%, 자본재는 마이너스 11.4%로 크게 감소했다.
''금리''는 ''돈의 값''이다.
''돈을 파는 사람''은 높이 받으려 하고 ''돈을 사는 사람''은 낮게 주려고 한다.
현실적으로는 금융시장에서 자금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에 대한 대출금리의 최고한도는 기업이 그 돈을 투입해 벌 수 있는 이윤을 넘을 수 없다.
60∼70년 고성장시대 부동산가격이 매년 천정부지로 오를 때에는 기업뿐만 아니라 가정주부도 은행의 돈만 끌어 올 수 있다면 15% 전후의 은행이자를 물고도 큰 투기소득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에 은행자금에 대한 수요는 한이 없었고 수신금리도 높았다.
90년대 후반부터 부동산의 거품이 사라지면서 전반적인 투자수익률이 떨어진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최근에 와서 기업이 투입한 총자본에 대한 이자지급 전의 기업경상이익률은 제조업의 경우 과거 10% 전후에서 5∼7%로 낮아졌고, 지난 3년간 경제성장률도 평균 4.4%에 불과하다.
현재의 5%대 수신금리는 9%대 대출금리와 은행의 자금중개비용인 예대마진이 4%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낮은 수준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7%인 기업경상이익률이 올라가지 않으면 예대마진이 3%로 축소된다 하더라도 수신금리는 5% 이하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거시적으로도 잠재성장률이 5% 전후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기는 어렵다.
물가가 올라가면 예금을 하는 가계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대출을 받아 가는 기업과 중개하는 은행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실질금리를 보장하기 위해 경기는 하강하는데도 금리를 올린다면 기업의 이자지급능력은 더 고갈돼 갈 것이다.
실질금리는 금리를 올린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주택모기지대출, 자동차할부금융, 크레디트카드 등 ''미래소득의 현재화'' 장치가 발달돼 있는 미국은 금리인하가 바로 소비지출의 증가를 유발하고 증권시장에도 즉각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의 소비지출을 현재소득이나 과거소득의 축적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금리인하가 소비지출에 영향이 없거나 감소를 초래하는 효과도 나타난다.
이러한 효과는 음성소득이 많고 축적과정이 투명하지 못한 자산이 많은 사회에선 더욱 커진다.
그리고 최근의 소비둔화는 지난 2년간 구조조정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밀려났고, 실직자들이 받은 퇴직금이 대부분 소진된 데도 그 이유가 있다.
올해의 경제성장률도 당초 5%대로 전망했으나 비관적으로는 3%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고, 대부분의 기업이 비상경영체제로 들어가는 상황이다.
예금자는 물가상승을 보상할 만한 고금리를 받고 싶지만, 금리를 최종적으로 부담하는 기업의 이익률이 낮아지고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 현재의 금리도 부담하기 힘들어진다.
금리조정에 대한 우리 금융시장과 증권시장의 반응은 무덤덤하거나 예상과는 반대로 반응하는 경우도 많았다.
투자수요는 이미 얼어붙은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기업의 코스트만 높이고 대외경쟁력만 악화시키는 결과를 부를 수 있다.
선진국과 다른 우리의 여건을 잘 생각하고 금리정책이 운영돼야 할 것이다.
mskang36@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