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사카겐이 쓴 ''인생의 모든 지혜를 골프에서 배웠다''를 읽다가 눈길을 끄는 대목을 발견하였다.

그 대목을 소개하면,이렇다.

"골프의 본질은 섬세함에 있다.

작은 볼을 교묘하게 다루어 직경 1백8㎜의 컵에 넣기까지,어떤 방법으로 타수를 줄여 가는가.

이것은 마이크로의 세계이면서 스펙터클이라 불러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많은 골퍼들은 긴 클럽을 힘껏 휘두르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드라이버샷에 섬세함 같은 것은 없다.

있는 힘을 다한 완력과 체력으로 세게 때리는 샷에서 입문한 자에게 소프트 터치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한 일이다.

사실 드라이버로 ''때리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수록 20야드의 어프로치에서도 두드리려고 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습관은 하루 아침에 고쳐지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긴 클럽으로 골프를 시작한 사람은 ''토핑''과 ''더프''가 반복될 것이다"

모든 구기운동은 현재의 시점에서 움직이고 있는 공을 낚아채 치거나 때리거나 밀거나 찬다.

그런데 그런 운동 중에서 골프만은 유일하게 죽어 있는 공에 생명을 불어 넣어 날려보내야 한다.

상식적으로는 가만히 멈추어 있는 공보다 움직이고 있는 공을 낚아채 자신이 원하는 지점에 보내거나 연결시키는 것이 훨씬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골프에 입문한 사람이라면,이런 상식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게 된다.

다른 구기운동처럼 ''힘껏 때려야 한다''는 최면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실패는 다반사가 된다.

공을 때리긴 하겠지만,그러나 때리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 골프라는 운동이 가진 숙제이면서 이율배반인 것 같다.

멈춰 있는 골프공을 친다는 것은 부활의 의미를 갖는다.

그렇기에 공을 치기 위해 클럽을 휘두르긴 하겠지만,정교함이나 섬세함이 결여된 샷 동작은 어김없이 실패를 예고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김주영 소설가 jykim@paradi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