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에 큰 혼란이 일고 있다.

금리가 오르고 채권 투자손실이 커지면서 딜러들이 줄줄이 사퇴하고 금융기관별로는 채권 매매를 금지한 곳이 나올 정도다.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투자신탁사들의 단기자금 펀드인 MMF(머니마켓펀드)가 최근들어 빠른 속도로 환매되고 있다.

증권계는 MMF 환매를 불길한 눈길로 주시하고 있다.

우선 시장금리(국고채)가 7%까지 치솟고 있다.

경기호전 신호, 물가불안 등으로 금리 오름세가 쉽사리 멈추기 어렵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거시정책의 틀을 새로 짜야 할 정부로선 환율 물가에다 금리까지 부담스러워졌다.

전철환 한은 총재는 27일 은행장 간담회에서 ''중대 발언''을 할 예정이다.

지난 2월 국고채 투기경고 발언과는 정반대의 ''전철환 효과''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 금리 충격 =26일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연 6.93%대로 뛰어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회사채도 연중 최고치(8.17%)를 기록했다.

거래는 아예 두절상태다.

국고채는 지난 2월12일 최저치(5.0%)에서 두달여만에 1.93%포인트나 뛰었다.

회사채도 최저치(6.44%) 대비 1.73%포인트 올랐다.

3월부터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한 금리는 4월들어 본격적인 상승세다.

금리가 오르면서 금융기관들의 투자 손실도 커지고 있다.

금융기관마다 줄잡아 원금의 4∼5%까지 손실을 봤다.

채권을 적극적으로 사들였던 기관은 손실이 1백억원당 10억∼12억원에 이른다.

대형 시중은행들은 5백억∼1천억원씩 보유채권 평가손을 입었다.

관계자는 "거듭된 손실로 외국계 은행 채권 딜러들이 줄줄이 사퇴했고 국내 기관들은 딜러들의 채권 매매를 사실상 금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악재만 반영 =이달초만 해도 금리를 끌어올린 것은 환율이었다.

지금은 5%대 물가상승률, 경기호전 예상 등이 금리를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약 36조3천억원에 이르는 투신사 MMF가 시장의 ''폭탄''으로 도사리고 있다.

편입 채권인 통안채 수익률이 7%선에서 한단계 더 상승하면 악순환의 격발 장치가 풀린다는 불안심리가 팽배해 있다.

◇ 전망 =시장에선 국고채 수익률이 7% 선은 일단 넘어설 것으로 본다.

물가상승률(4%대)에다 경제성장률(IMF 3.5% 전망)을 더하고 국고채 과수요를 빼면 7%선이 균형점이란 얘기다.

그러나 MMF 환매가 가시화되면 손절매 물량이 쏟아져 금리가 더 뛸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 관계자는 "물가불안 경기호전 수급악화 등 세가지 악재 속에 금리가 오르고 있다"면서 "금융기관들의 급매물이 해소돼야 금리 오름세를 돌려놓을 모멘텀이 마련될 것 같다"고 말했다.

금리정책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리가 급변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정책 운영이 냉.온탕식이라는 주장이다.

한은이나 정부가 보다 긴밀한 협의를 해야 한다고 권고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