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돌발변수를 만나 하향안정세에서 상승쪽으로 기울면서 마감했다.

일본발 ''시오가와 충격''이 엔화 환율을 거쳐 원화 환율에까지 연쇄파급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엔화절하 권고도 가세했다.

월말 네고요인에 의해 횡보후 급락으로 이어지던 최근의 공급우위장세는 꼬리를 내렸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 마감가 1,307.90원보다 5.40원 오른 1,313.30원에 마감했다.

환율은 달러/엔 상승을 타고 달러매도초과(숏) 포지션 상태였던 은행권에서 서둘러 달러되사기에 나서고 업체들의 결제수요가 우위를 보이면서 1,310원을 위로 치고올랐다.

잠잠하던 달러/엔 상승세를 부추기는 요인들이 불거지자 서울 외환시장 분위기도 순간 뒤숭숭해졌다. 달러/엔의 상승이 언젠가 다시 시도될 것이란 믿음이 강해졌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시오가와와 IMF가 시장에 충격을 줌에 따라 추세적으로 상승세를 다시 타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달러/엔이 뉴욕장에서 매물벽이 쌓인 122.70엔을 상향돌파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122엔 중반을 유지하면 내일 1,320원은 막히겠지만 매물벽을 뚫고 123엔까지 넘본다면 1,325원대까지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시장이 일본 내각이나 향후 G7회의에 별다른 기대를 걸고 있지 않음을 확인한 것 같다"며 "방향은 위쪽으로 쏠려있으나 이달말이 지나야 본격적인 방향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일까지는 큰 폭의 변동은 없을 것으로 예상돼 1,305∼1,315원 수준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 ''시오가와''에 놀란 달러/엔 환율 = 달러/엔 환율은 밤새 뉴욕장에서 대체로 122엔대 초반에서 거래되며 122.1125엔에 마감했다. 도쿄장으로 넘어와서도 비슷한 수준에서 소폭 등락을 이어갔다. 달러/원 환율을 움직일만한 외부변수로 작용하지 못한 것.

그러나 오후 들어 상황이 돌변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신임총리가 재무성 장관으로 국제금융에 문외한인데다 79세로 고령인 시오가와 마사주로를 내정했다는 교도통신의 보도가 상승을 촉발, 한때 122.57엔까지 기록했다. 이후 달러/엔은 122.40∼122.50엔대로 소폭 내려앉았으나 여전히 불씨를 안고 있다.

한 시장관계자는 "달러를 사고 싶어하는데 적당한 핑계거리를 찾은 셈"이라며 "위쪽 방향으로 심리가 다소 쏠려있다"고 전했다.

닛케이지수도 새로운 총리 고이즈미와 새로운 내각에 대한 기대감으로 초반 강력한 상승세를 보이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약효가 오래가지 못해 전날보다 1.05% 상승한 1만3,973.03에 마감했다.

한편 IMF도 이날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일본정부는 추가적 금리인하 여지를 신속히 이용하고 장기국채 매입 및 외환시장 개입 등 유동성 증대를 위한 비전통적 조치를 사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같은 권고는 일본 외환당국이 엔화의 평가절하를 통해 경제회생의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 것.

이같은 IMF의 관점은 오는 28일 G7 재무장관 회의에도 비슷하게 논의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IMF의 권고는 곧 G7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여지가 있음을 감안하면 달러/엔의 상승을 다시 유발할 수 있는 계기가 조만간 마련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 꾸준히 매수에 나선 역외세력 = 월말의 공급우위장세는 업체들의 네고물량으로 지속되는 듯 했으나 환율이 오르면서 결제쪽으로 다소 무게가 쏠렸다.

역외세력은 개장초부터 달러매수에 나서면서 반등을 주도하기도 했으며 꾸준히 매수세를 이어갔다. NDF 거래정산을 위한 매수와 헤지성 수요가 혼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장초 국내 은행권은 NDF 거래정산을 위한 매도물량이 2억달러 가량 있어 역외세력이 만기연장을 하지 않으면 1,300원대 초반까지 빠질 것으로 보기도 했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환율은 월말 네고장세라는 요인을 반영, 전날보다 2.40원 낮은 1,305.50원에 출발했다.

환율은 개장 직후 1,306∼1,307원대에서 머물다 역외매수가 유입돼 1,309원까지 오른 뒤 1,307∼1,308원을 주 범위로 횡보하다가 소폭 밀리며 1,306.80원에 오전거래를 마쳤다.

오후 들어 환율은 오전보다 0.30원 낮은 1,306.50원에 거래를 재개, 오전과 같은 안정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환율은 시오가와가 일본 재무상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으로 달러/엔이 122엔 중반까지 올라서자 가파르게 급등, 이날 고점인 1,313.80원까지 올라서며 1,312∼1,313원대에서 오르내렸다. 장중 고점은 1,313.80원, 저점은 1,305.50원으로 기록돼 등락폭은 8.30원.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로 방향을 틀어 거래소에서 665억원, 코스닥에서 189억원을 순매수했다. 장중 환율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으나 27일 이후에는 환율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7억8,44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2억7,87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스왑은 각각 7억5,340만달러, 4억2,500만달러가 거래됐다. 기준환율은 1309,80원으로 결정됐다.

한편 이달 들어 25일까지 무역수지는 1억7,200만달러 적자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의 17억2,400만달러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감소한 92억8,100만달러, 수입은 17.5% 줄어든 94억5,300만달러를 기록, 수출감소에 대한 우려는 여전했다.

또 한국은행이 26일 잠정 발표한 3월 경상수지는 18억1,000만달러 흑자로 16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