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와 정보화가 전 지구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 과정에 우리는 IMF 위기라는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도 위기 극복이나 새로운 천년의 비전에 대한 국민적 합의 없이 국가 시장, 그리고 시민사회가 혼란과 실패를 거듭하고 있어 위기를 더욱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기업 시민단체 가정 개인 등 대부분의 주체들이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위기상황이 심화되면서 서로에 대한 불신과 심리적 공황상태는 공동체의 해체를 염려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국사회의 위기적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데도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집단이나 개인의 노력은 보이지 않고, 위기를 유발하는 일부 지식인이나 정치인들의 목소리만 요란한 가운데 다수 국민들은 꿈과 희망을 잃은지 오래다.

이처럼 캄캄한 시대에 침묵해온 주류 지식인들이 건강한 비판을 바탕으로 새로운 국가 시장 및 시민사회의 질서를 구축하려는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고자 ''비전@한국''을 위시한 몇몇 지식인모임을 결성하게 된 것은 그 시대적 역사적 의미가 크다.

그동안 위기상황에서도 이념적 정파적 대립으로 국가경영의 방향과 정책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실종되고, 반지성적 풍토와 냉소적 무관심이 말없는 다수 국민은 물론 지식인들까지 침묵하게 했다.

더욱이 ''신지식인''의 인위적인 등장으로 모든 지식인들은 ''구지식인''으로 쓸모없는 양 치부되면서 명예와 책임을 중시해온 다수 지식인들은 침묵을 강요받게 되었다.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포퓰리즘은 학문과 전문영역의 품격과 창의성을 상실시키고 한국지성계의 해체를 가져올 정도의 위기로 진전하게 되었다.

지식 정보화와 세계화라는 대변혁의 과정에 국가생존과 경쟁력이 전문지식인의 능력과 사회적인 학습능력에 좌우되는 실정이다.

그런데 한국 전문지식인들의 침묵과 무력화는 현실만이 아니라 미래 한국을 위해 심각한 문제가 되어 왔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전문지식인들이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면서 모임을 결성하거나 준비중인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21세기 지식정보사회는 지식인의 정의와 범위가 크게 확대되어 각 분야의 전문가와 지식인들이 사회의 주축이 되고,이들의 결집된 능력과 사회적인 학습의 축적이 국가자산이나 사회적 자본의 원천이기에 전문지식인들의 집단적인 사회참여는 그 의의가 크다.

20세기 산업사회와 달리 21세기 지식정보사회는 이론과 실제, 학문분야간의 통합, 그리고 전문분과간의 조정 등 전문 지식인들의 인식공동체와 정책공동체의 구축이 이들의 집단적 능력을 결집해내는 중요한 수단이다.

때문에 기존의 싱크탱크 차원이 아닌 독립된 싱크네트로의 연결망 구축은 새로운 조직체의 효과적인 방식이다.

최근 출범한 ''비전@한국'' 등의 지식인 모임들이 열린 독립된 싱크네트와 사이버활동 중심의 운동을 표방하는 것도 그 기본방향이 시대의 흐름을 수용하고자 하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역사를 통해 지식인들이 변혁기에 중요한 역할을 함을 알 수 있듯이 오늘의 한국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위기의 본질을 바로 진단하고 처방하는 역할과 한국사회의 다양한 계층을 엮어 하나의 공동체로 다시 태어나는 연결고리의 기능적인 역할도 지식인들이 담당해야 한다.

글로벌리즘과 내셔널리즘, 그리고 로컬리즘이 다차원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이 시대는 국가와 기업 및 사회의 문제가 바로 복합계 속에서 뒤엉켜 일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관료 기업인 학자 정치인 시민운동가 노동자 각계 전문가 등이 독자적으로는 온전히 해결할 수 없게 되었다.

국내외 각 분야 전문지식인들과의 싱크네트를 구성해 각자 국가 능력, 기업 능력, 시민사회 능력을 높이고 종합적으로 공동체의 총체적인 능력을 증대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역사적 과제가 되었다.

이제 침묵했던 일단의 전문지식인들이 구국의 차원에서 위기극복과 새로운 미래를 여는 꿈나무의 씨앗을 뿌린 만큼 이 나무가 거목으로 자라게 하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전문지식인과 건전한 국민들의 몫이다.

ksj@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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