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26일 오후 다케나카 헤이조 게이오대 교수를 경제재정담당상에 임명하고 야나기사와 하쿠오 금융담당상을 유임시키는 등 고이즈미 정권의 첫 내각명단을 발표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에 앞서 국회 총리지명선거에서 제87대,56인째 총리로 지명받았다.

고이즈미 총리는 자민당 중의원인 다나카 마키코 전 과학기술청 장관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외상에 임명했다.

재무상에는 79세 고령인 시오카와 마사주로 중의원을 기용했다.

시오카와는 이번 경선에서 고이즈미 진영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

문부과학상에는 도야마 아쓰코 전 문화청장관을 임명했다.

고이즈미 첫 내각의 가장 큰 특징은 연립정권의 틀을 유지하는 선에서 경제난국 돌파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방향으로 짜여졌다는 점이다.

또 60대 이상의 정치인 출신이 대부분 장악했던 각료직에 젊고 추진력이 강한 민간인과 여성 인사들을 대거 발탁했다는 점도 두드러진다.

이사히라 신타로 도쿄도지사의 아들인 이시하라 노부테루 행정개혁담당상과 나카타니 겐 방위청장관 등 40대 각료가 2명 포함됐으며 여성 각료는 모리 정권의 2명에서 5명으로 대약진했다.

파벌에 관계없이 여성과 신진 인사를 중용하겠다고 다짐했던 고이즈미 총리가 선거공약을 지켰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인물은 단연 다케나카 게이오대 교수(경제정책·50)다.

히토쓰바시대 출신으로 한때 일본개발은행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그는 현재 일본에서 인기 최고의 민간 이코노미스트로 대접받고 있다.

오부치 정권의 경제전략회의에서 핵심 멤버로 활약한 그는 모리 전 총리의 경제가정교사로 불릴 만큼 모리 정권에서도 정책 제언을 활발하게 펼쳐왔다.

일본 경제의 재생에는 규제완화와 공급 측면의 구조개혁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마이너스 성장을 감수하더라도 개혁은 철저히 밀어붙이지 않으면 안된다고 믿고 있다.

통신시장의 경쟁원리 도입을 위해서는 NTT도코모의 분할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하는 등 진보적 성향을 가지고 있어 고이즈미 총리와 호흡을 잘 맞출 수 있을 것 이라는 게 일본언론의 분석이다.

야나기사와 금융담당상의 유임은 불량채권 처리에 최고 적임자라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금융담당상 전신인 금융재생위원장 시절부터 불량채권의 신속한 처리를 강력히 주장했으며 중진 정치인이면서도 개혁 의지와 과감한 결단력이 돋보인다는 평을 들었다.

다나카 의원의 외상 기용은 과거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의 부친인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가 중·일 국교정상화의 주인공이었던 점을 중국과의 관계개선에 활용하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연립정권 파트너인 공명 보수당의 각료 몫을 종전처럼 배려해 고이즈미식 정국운영에 대한 두 당의 불만과 불안을 가라 앉혔다.

그러나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했던 가메이파 뿐만 아니라 최대 파벌 하시모토파를 당3역 인사에서 배제함에 따라 당내 융합과 결속에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