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도입한 변동환율제가 제대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IMF(국제통화기금)가 국제 중앙은행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또 일본은 만성화되고 있는 경기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엔화의 추가 하락을 용인,수출을 늘려나가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미국 하버드대학 국제발전센터(소장 제프리 삭스.하버드대교수)가 26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미국 캠브리지시 쉐라턴커맨더호텔에서 연 제1차 아시아경제패널(AEP)에서 박영철 고려대 교수와 일본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게이오대 교수(전 일본 대장성 재무관) 등 참석자들은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제시했다.

주요 발표내용을 간추린다.

보스턴=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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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철 고려대교수 ]

지난 97년과 98년 발생한 아시아지역 외환위기 이후 대부분 국가들이 변동환율제를 도입,환율을 방어하기 위한 외환 수요가 거의 없어졌다.

그런데도 많은 나라들이 예전보다 훨씬 많은 외화를 적립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GDP(국내총생산)의 20%,한국은 25%,대만은 35% 이상을 외환보유고로 쌓아놓았다.

외환보유고는 만일의 사태에 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초단기로 가장 안전한 곳에 예치해야 한다.

그 대신 이자는 거의 받지 못한다.

따라서 외환보유고를 무한정 늘리는 것은 비용 측면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

상당수 아시아 국가들이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서도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외환보유고를 계속 늘린다는 것은 모순이다.

이런 모순을 없애기 위해서는 국제금융시장을 시급히 안정시켜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을 포함한 국제금융기구를 중심으로 새로운 금융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단기적으로 돈이 부족한 국가에 자금을 지원해줄 수 있는 ''최후의 보루''(Lender of Last Resort)역할을 할 수 있는 국제금융기구가 있어야 불필요한 외환보유고를 낮출 수 있다.

[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게이오대 교수 ]

일본 경제가 장기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이 많다.

수출부문을 제외한 국내시장에서 정부가 재정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거나,시장규제가 너무 많다는 지적을 자주 듣는다.

일본 국민들의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있어 중앙은행이 돈을 시중에 공급해도 경기가 되살아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일본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투자를 전혀 늘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자부담이 줄어들면 기업들이 돈을 더 끌어다 쓰게 되고 그 돈이 다시 소비로 흘러 들어가 경기가 살아나게끔 돼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이 같은 경제정책이 통하지 않고 있다.

은행들의 기업대출도 계속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기업들의 사업부문 재조정(리스트럭처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기업금융이 위축되고 있다.

부문별로는 공공부문과 농촌지역 경제가 특히 침체돼 있다.

공공부문을 개혁하고 농촌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정치체제가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본격적인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엔화 하락을 용인해 수출을 늘리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