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옥스퍼드大 ''데니스 노블'' 교수 ]

"세계화로 인한 경제·문화 단일화의 조류 속에서 살아남고 번창하기 위해서는 강한 민족문화가 있어야합니다"

최근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서 강연한 영국 옥스퍼드대 데니스 노블 교수는 급물살을 타고 있는 세계화가 문화의 다양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노블 교수는 "세계화 추세 속에서 국제어로서의 영어는 지구촌 경제발전에 많은 기회를 준 반면 문화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심각한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고 말했다.

노블 교수가 말하는 ''기회''란 영어가 기술과 생산도구의 공유를 가능하게 했다는 것.또 기업이 세계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편의를 제공,경제발전에 한 몫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화적 다양성 측면에서는 많은 해를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블 교수는 "소수언어는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문화적 전통이 강한 나라에서조차도 ''문화의 미국화''로 위협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인 거대기업은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서,중소기업은 세계시장에 참여 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기술과 정보를 받아들이기 위해 영어를 더욱 필요로 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노블 교수는 "한국이 일제 36년간의 식민통치에도 불구하고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보전할 수 있었던 것은 경이로운 일"이라며 "한국은 서양의 기술을 받아들이면서도 동양적 철학사상과 사회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세계화를 위한 경쟁력을 갖춘 민족"이라고 소개했다.

노블 교수는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경제와 문화는 단일화를 강요당할 것"이라고 밝히고 "한국사회도 세계화 속에서 승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민족문화의 뿌리를 더욱 깊게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옥스퍼드대에서 국제위원장(부총장급)을 맡고 있는 노블 박사는 생리학계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알려져있다.

영국의 과학기술부 자문위원,통상산업부 대한(對韓)정책 자문위원,토니 블레어 총리의 과학정책 개인 자문역 등을 맡고 있다.

98년에는 블레어 총리의 추천을 받아 영국 여왕으로부터 준(準)귀족의 작위를 받았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