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5월에도 콜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시장금리가 다소 올랐지만 절대 금리수준은 여전히 낮은 상태이고 무엇보다 물가불안이 크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29일 "국내 콜금리의 절대 수준이 높은 것은 아니며 무엇보다 5%선을 위협하고 있는 물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8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연 7%에 근접한 시장금리(국고채 수익률)도 물가와 성장률을 감안할 때 그다지 높은 수준이라고 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다만 시장 참가자들의 불안 심리로 인해 단기간에 금리가 과도하게 오를(오버슈팅) 경우에는 적극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시중금리가 기조적인 상승세를 보이거나 투신권의 MMF(머니마켓펀드) 환매사태로 금융시장이 장기간 혼란에 빠져들게 되면 한은 역시 콜금리 동결을 계속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그러나 자금수요가 집중된 월말을 지나고 있는데다 금리 급등세 역시 며칠내에 진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물가 안정이 최대 목표인 한은이 지금 상황에서 경기 진작을 위한 금리 인하를 선택할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한다.

한은이 지난 27일 채권시장 대책을 서둘러 내놓은 것도 5월 금통위에서 금리인하 압력이 제기되지 않도록 선제 포석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지난 1.4분기 성장률이 당초 예상치(1.1%)의 두배(2.0%)에 달한 점도 한은을 고무시키고 있다.

국내외 경기호전 기대감이 좀더 커졌기 때문에 지금 서둘러 금리를 내릴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관계자는 "산업생산 체감경기지표 등의 개선 기미에 비춰볼 때 경기하강 속도가 둔화된 것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한은의 보수적인 금리정책은 그동안 많은 비난을 들어왔다.

이런저런 이유를 내세워 동결 일변도의 정책 흐름을 보여왔기 때문에 "한은이 직무를 유기한다"는 지적까지 나왔던 터였다.

한은은 그러나 세계 각국의 인하 압력에도 불구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25일 금리를 동결한 것에 나름대로 고무되고 있다.

한은은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이달말 통화를 많이 풀어 다음달엔 물가잡기가 최우선 과제라고 여기고 있다.

여기에다 일본 고이즈미내각 출범뒤 엔화와 원화환율의 재상승 우려가 높아진 점도 걱정거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L''자형 침체국면이 아닌 ''V''자 또는 ''U''자형 경기회복 사이클을 만들려면 통화당국의 선제적인 대응이 절실하다고 지적하고 있어 한은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