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이 상승세에 다시 불씨를 지피고 있다. 전세계적인 달러화 강세분위기에 맞춰 최근 환율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엔화약세의 골이 다시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주 달러/원 환율은 ''1,310∼1,340원'' 범위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상승추세로 돌아섰음을 확인하는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엔화약세가 어느정도까지 진행될 지가 관건이지만 환율이 그간의 하향안정화 추세를 벗어나 저점을 다지고 고점을 확대하리란 것이 시장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지난주 중반까지만 해도 달러/엔이 121∼122엔에 머무르고 월말을 맞은 공급우위 장세로 1,300원대 초반의 하향안정세를 보였던 달러/원은 다시 불거진 엔화 약세를 반영, 상승세를 보이며 한 주를 마감했다. 지난주 마감가는 주중 저점인 1,305원보다 무려 22.60원 높은 1,327.60원.

달러/엔이 신임 경제각료들의 잇단 엔화약세 용인발언으로 124엔대로 올라선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이번주는 지난 주말 G7재무장관 회의와 골든위크를 맞은 일본 금융시장의 변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급상으론 월말과 월초를 동시에 맞아 네고물량과 결제수요간에 상충되면서 적절하게 균형이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지난주 시장이 달러매수초과(롱)포지션을 유지한데 따른 물량부담은 환율상승을 다소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월된 네고물량 출회 여부도 이에 가세한다. 공급이 약간 우위를 점할 수도 있는 상황.

◆ 힘 얻는 달러화 = 지난해 하반기이후 미 경제와 증시 침체에도 불구,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통화로 선호된 미 달러화의 강세가 더 강화될 수 있는 계기를 맞았다.

최근 미 학계와 뉴욕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달러화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으나 지난 27일 미 상무부가 발표한 1/4분기 국내총생산(GDP)발표는 미 경제에 대한 희망을 북돋았다.

미 상무부는 지난 분기 경제성장률이 소비가 꾸준히 는 덕분에 2% 성장했다고 잠정발표했다. 대부분 경제전문가들은 1%를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었다.

또 최근 불거지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금융위기가 달러 강세를 예상케 하는 변수다.

지난해 세계은행(IBRD)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약 400억달러를 긴급수혈받아 위기상황을 넘긴 바 있는 아르헨티나가 최근 다시금 디폴트(외채 지불중지)선언설까지 나돌자 국제 외환시장이 영향을 받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부채 대부분이 유럽권 은행에서 지원을 받았으나 유럽중앙은행(ECB)은 아르헨의 금융위기가 역내 은행권에 타격을 줘도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유로표시자산이 달러표시자산보다 불안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즉 세계에서 가장 안정한 투자처로 인식받고 있는 달러화의 위상이 더 강화될 여지가 많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미국의 지난 분기 GDP가 예상보다 좋게 나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불식됐다"며 "자연스레 달러강세쪽이 강화되는데다 아르헨티나의 위기가 안전자산통화인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더 늘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동남아 통화가 최근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각국의 내부요인과 더불어 달러화 강세와 무관하지 않다.

◆ 엔화, 약세쪽으로 기울어 = 선진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28일 워싱턴에서 회의를 갖고 "세계경제의 성장기반은 건전하다"며 "각국 경제가 더욱 강력한 성장을 이룩할 수 있도록 적절한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성명서를 냈다.

환율과 관련, "주요 통화의 환율은 경제의 기초여건을 반영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이번 회의는 일본경제와 관련, ''경제활동이 취약하고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과 고이즈미 새 정권에게 "충분한 유동성을 제공하는 통화정책의 실시"와 "중기적인 경제회복을 위한 금융·기업 부문의 강도높은 개혁의 추진"을 요구했다.

이같은 성명서는 결국 ''일본 경제를 감안한 엔 약세는 불가피하다''는 측면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주 IMF가 엔화약세를 140엔대 중반까지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장관계자들은 근래 주춤했던 엔약세를 최근 새로 임명된 경제각료들의 발언과 하야미 일본은행(BOJ)총재의 사임설 등으로 깊어졌던 점으로 미뤄 G7회담에서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을 빌미삼아 엔저용인 계기로 삼으려는 심리가 발동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근래 몇년간 G7회담이후 엔강세로 간 적이 없다"며 "IMF나 G7이나 궁극적으로 미국이 주도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결국 미국의 입장은 엔저로 가 있지 않나 생각돼 130엔을 당장 넘진 못해도 128∼129엔까지 열려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주 시오가와 신임 재무상의 환율불개입 방침과 히라누마 재무상의 130엔 용인성 발언과 함께 경제개혁과정에서의 고통완화를 위한 엔화약세 허용시각이 시장에 넓게 자리잡고 있다. 시장관계자들은 특히 황금연휴를 맞아 일본 거래자들이 시장을 비운사이 외국인 거래자들이 엔화매도에 나설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달러/엔 움직임을 거래의 바로미터로 삼는 거래패턴은 여전하리란 전망이다.

다른 시장관계자도 "달러/엔이 그동안 저항선으로 막혀있던 125엔을 뚫으면 130엔까지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엔화약세가 다시 전면에 부각되는 시점이라 원화도 자연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 수급과 시장심리 = 외부변수에 관심의 초점이 집중된 가운데 네고물량에 대한 기대는 누그러질 전망이다. 월말 네고물량과 이월물량이 시장에 어느정도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환율상승 기대감을 다시 품기 시작한 업체들이 외화예금 등에 달러를 예치시키고 필요한 달러는 미리 선취매수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엔 트렌드가 바뀌어 내부적으로 가수요가 다시 붙기 시작했다"며 "외국계 투자은행들도 환율전망을 높게 보는 등으로 심리적으로 수요에 대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역외세력도 달러/엔 움직임이 상승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음을 감안, 적극적인 달러매수에 나서는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그러나 상승속도는 그다지 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엔이 차트포인트를 뚫고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시장포지션이 업체와 국책은행 물량 등으로 다소 무거운 상태임을 감안하면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외환당국에서 달러/엔의 움직임을 유심히 보면서 급격한 환율상승이 있다면 제동을 걸 것이란 심리도 자리잡고 있다.

아울러 5월에 예상되고 있는 외국인 직접투자자금(FDI)도 심리적으로 환율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이다. SK텔레콤, 현대계열사, LG전자, 외환카드 등의 외자유치 현실화가 시장관계자들의 맘속에 자리잡고 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

▲ 은행딜러 환율전망 (2001. 4.30 ∼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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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 러 전 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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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은행 고용희계장 1,310∼1,340원
주택은행 김경식과장 1,315∼1,340원
BNP 김종수부장 1,320∼1,350원
한미은행 류현정과장 1,310∼1,335원
기업은행 박상배과장 1,315∼1,335원
한빛은행 박시완대리 1,310∼1,340원
제일은행 소창원대리 1,320∼1,350원
도이치 신용석부지점장 1,310∼1,340원
스탠다드 양호선부장 1,315∼1,340원
체이스 이성희부지점장 1,310∼1,340원
HSBC 이주호차장 1,310∼1,350원
국민은행 이창영과장 1,320∼1,350원
외환은행 이창훈팀장 1,320∼1,350원
아랍은행 정운갑지배인 1,310∼1,340원
ABN암로 정인우지배인 1,320∼1,3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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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