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저금통은 더이상 "저축"이 아니다.

요즘은 많이 사라졌지만 예전엔 빨간 돼지저금통이 있었다.

어린이들이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용돈을 모아 저축하는 저금통이다.

그땐 용돈으로 왕사탕 하나 사먹고, 남는 돈은 저금통에 모았다.

사고 싶은 장난감이 있으면 저금통에 차곡차곡 모아 놓았다가 어느정도 무게가 되면 저금통을 털어서 사기도 했다.

이 추억의 돼지저금통은 동전을 한닢 두닢 모아 목돈을 만드는데 분명 유용했다.

그러나 돼지저금통이 과연 좋은 "저축 수단"일까.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다.

"물가"와 "금리"라는 금융 상식을 생각하면 분명 돼지저금통은 저축이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철수는 엄마한테 매월 3만원씩 용돈을 받는다.

그 돈으로 과자를 사먹거나 장난감을 산다.

그런데 어느날 장난감 가게에서 본 게임기를 갖고 싶어졌다.

엄마한테 사달라고 했지만 엄마는 용돈을 모아서 사라고 하셨다.

게임기의 가격은 12만원.

철수는 매월 2만원씩 6개월 동안 돼지저금통에 돈을 모으기로 했다.

용돈을 아껴 정말 6개월만에 12만원을 만들었다.

그러나 장난감 가게에 갔더니 게임기 가격이 그새 2천원이 올라 12만2천원이 돼 있었다.

철수는 그냥 집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물건 값이 올라 똑같은 게임기를 2천원을 더 주고 사야할 때 우리는 보통 물가가 올랐다고 한다.

바꿔 말하면 물건에 비해 돈의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철수는 물가가 오른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셈이다.

그럼 철수는 어떻게 했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돼지저금통에 돈을 모으지 말고 은행에 저축을 했어야 한다.

은행에 돈을 넣어 놓으면 "이자(금리)"라는게 붙는다.

만약 철수가 매월 2만원씩 은행에 적금을 부었다면 6개월 후엔 약 12만2천1백원을 받을 수 있다.

철수는 은행에 적금한 돈 12만원 외에 2천1백원을 이자로 받은 것이다.

은행은 이처럼 사람들이 예금한 돈에 이자를 붙여 되돌려 준다.

철수는 돼지저금통이 아닌 은행에 예금을 해서 돈을 모았다면 12만2천원짜리 게임기를 사고도 1백원이 남았을 것이다.

이처럼 은행을 이용해서 저축을 하면 이자를 받을 수도 있고 돼지 저금통에 돈을 넣어두는 것보다 안전하기도 하다.

특히 요즘같이 금리가 낮을 땐 은행 예금중에서도 조금이라도 이자를 많이 주는 예금에 돈을 넣어두는 게 긴요하다.

그러려면 은행 예금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잘 알아둬야 한다.

결국 진정한 의미의 저축은 단순히 돼지저금통에 돈을 모으는게 아니다.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에 돈을 넣어 목돈도 모으고 이자(금리)도 받는게 저축이라 할 수 있다.

이건 재테크의 가장 기본이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엔 어린 자녀들에게 용돈을 현금으로 직접 주지 않고 은행 통장에 넣어 주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아이들에게 어려서부터 용돈을 계획성 있게 쓸 수 있게 하고 돈에 대해 스스로 책임감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좋은 방법이다.

그럼 이제부터 어린 자녀에게 현금 대신 은행 저축통장으로 용돈을 줘 보자.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예금통장을 어떻게 만들고, 돈을 넣고 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자.

더 나가선 은행엔 어떤 저축상품이 있고, 다른 금융회사와는 무엇이 다른지 등도 가르쳐 주자.

더 중요한건 물가와 이자의 개념을 분명히 이해시켜 주는 것이다.

그것이야 말로 돈을 지혜롭게 모으는 방법을 몸으로 익히게 하는 첫 걸음이기도 하다.

어린 자녀들이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예금으론 보통예금통장이 있다.

적은 돈이라도 언제든지 넣었다가 뺐다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목표를 정하고 매월 정기적으로 돈을 예금해 큰돈을 마련토록 하려면 정기적금 통장을 만들어 주자.

특히 1년 이상 기간을 두고 저축하고자 할 땐 세금우대저축에 가입해 세금의 개념과 세금을 아낄 수 있는 절세방법도 알려주자.

어린이에게 돈의 가치와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너무 어려서부터 돈을 알면 되바라졌다고 얘기하는건 옛날 얘기다.

돈을 똑똑하게 모으고 조리있게 쓰는 방법이야 말로 어려서부터 몸에 익혀야 하는 습성이다.

자, 그럼 이제부터 자녀들을 옆에 앉혀 놓고 돈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

[ 전문선 신한은행 재테크팀장 dbmkter@shinh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