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대다수가 왕성한 저축열과 철저한 내핍 정신으로 무장한 일본은 세계 최강의 금융자산국가다.

불량채권과 재정적자가 일본의 경제 회생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로 꼽히고 있지만 규모로 따지면 불량채권은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천문학적 금융자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의 개인 금융자산은 지난해 3월말 현재 1천3백90조엔에 달해 32조5천억엔 규모인 시중은행들의 불량채권을 40배 이상 상회한다.

하지만 일본이 철썩같이 믿는 개인 금융자산도 겉포장을 뜯고 속을 들여다 보면 앞날을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아 관심을 끌고 있다.

방만하고도 비효율적인 운용방식 때문에 내부적으로 상당한 부실화의 위험을 안고 있어 또 하나의 심각한 골칫거리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인 것이다.

일본의 개인 금융자산은 예금 4백49조엔,우편저금 2백60조엔,보험 및 연금 3백83조엔,주식 1백16조엔,국채 등 주식 이외 증권 92조엔, 현금 및 기타자산 89조엔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의 우려는 이중 우편저금 2백60조엔과 보험자산중의 간이보험 1백10조엔 등 일본 정부가 주무르는 금융자산의 향방에 집중되고 있다.

우체국 자금은 후생연금 등으로 걷힌 돈과 함께 일본 정부의 재정투·융자 항목에 편입된 후 정부계 금융기관의 대출재원 등으로 활용되는데 이 자금의 속사정이 특히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일본 이코노미스트들의 근심은 근거 없는 것이 아니다.

우편저금 등이 투입된 초대형 공공사업과 공적 금융기관은 상당수가 산더미 같은 부채와 적자에 허덕이거나 여신관리에 허다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혼슈와 시코쿠 지역을 잇는 아카시대교 및 세토나이카이 대교의 건설,관리를 위해 설립된 혼시공단은 유이자부채 만도 3조8천억엔에 달해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따라 미국의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일본 정부의 재정투·융자 집행에 혹독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무디스의 국채전문가 빈센트 토리아씨는 "일본의 재정투·융자 자금 4백14조엔중 적어도 50조엔 이상은 부실화될 위험을 안고 있다" 고 경고하고 있다.

은행 부실채권 뒤처리를 위해 지금까지 27조5천억엔의 공적자금을 쏟아 부은 일본 정부의 고통이 재정 부문이라고 재발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주장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