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골프일기] '골프환자가 따로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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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환자''라는 말이 있다.
골프 때문에 다친 사람들을 뜻하기도 하지만 골프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며칠 전이었다.
"박세리 될래?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새벽에 잠도 안자고 나가는 거냐? 쯧쯧…"
새벽까지 일을 하고 한 시간 눈을 붙이고 나가는 딸을 향해 부모님은 또 안타까운 소리를 하셨다.
한두 번 듣는 얘기도 아니니 한 귀로 흘려보내며 비틀거리는 몸을 끌고 골프장에 도착했다.
일단 골프장에 오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 들판에 풀어 놓은 망아지처럼 신이 났다.
그렇게 정신 없이 나인홀쯤 지났을까?
갑자기 허리에 통증을 느끼며 주저앉아 버렸다.
앉지도, 눕지도,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로 그 자리에 쓰러진 것이다.
준비운동도 없이 몸을 혹사시켰으니 당연한 결과였을지 모른다.
어찌보면 급박하고 위험스런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이 단순한 ''골프환자''에겐 이런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아이쿠, 앞으로 골프를 못치게 되면 어쩌지?''
병원 응급실로 가족들이 달려오고 한창 북새통을 치렀다.
남동생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1백90㎝나 되는 키 큰 녀석의 눈물을 보니 가슴 한쪽이 싸해졌다.
골프에 빠져 한동안 방치해둔 가치들이 떠올랐다.
나에겐 지난 몇 년 동안 가족은 없고 골프뿐이었다.
텔레비전을 봐도 골프 프로만 고집하고 대화 주제가 골프가 아니면 시큰둥하기도 했다.
주말 가족들과의 약속도 골프 약속 앞에서는 늘 두 번째로 미루곤 했다.
소중한 시간, 소중한 가족, 소중한 몸인데….
골프에 묻혀 무관심하고 혹사시킨 것은 아닌지….
''부모님 말씀대로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렇게 빠져 지냈나? 평생할 운동이니 쉬엄쉬엄 하면 어떠하리!''라는 생각으로 골프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 좀 냉정해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환자''의 반성과 결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라이벌 G언니는 지금쯤 어느 연습장에선가 칼을 갈고 있겠지? 아,다음에 난 깨졌다''
허리도 꿈쩍 못하고 누워 있으면서 이런 조급함 때문에 다시 안절부절 못하니 말이다.
병원에서 들은 의사 선생님 말씀이 생각난다.
"골프 때문에 실려온 환자들이 가장 먼저 묻는게 뭔지 아세요? 첫째가 ''골프 언제부터 다시 칠 수 있나요?''예요.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겠죠?''라고 묻지요. 달리 환자가 아니예요. 지독한 골프중독증이죠"
굳은 다짐도 며칠 못가고 라이벌 칼 가는 생각에 조급해지니 나야말로 이래저래 ''환자''인가 보다.
moon@golfsky.com 골프스카이닷컴 편집장
골프 때문에 다친 사람들을 뜻하기도 하지만 골프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며칠 전이었다.
"박세리 될래?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새벽에 잠도 안자고 나가는 거냐? 쯧쯧…"
새벽까지 일을 하고 한 시간 눈을 붙이고 나가는 딸을 향해 부모님은 또 안타까운 소리를 하셨다.
한두 번 듣는 얘기도 아니니 한 귀로 흘려보내며 비틀거리는 몸을 끌고 골프장에 도착했다.
일단 골프장에 오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 들판에 풀어 놓은 망아지처럼 신이 났다.
그렇게 정신 없이 나인홀쯤 지났을까?
갑자기 허리에 통증을 느끼며 주저앉아 버렸다.
앉지도, 눕지도,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로 그 자리에 쓰러진 것이다.
준비운동도 없이 몸을 혹사시켰으니 당연한 결과였을지 모른다.
어찌보면 급박하고 위험스런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이 단순한 ''골프환자''에겐 이런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아이쿠, 앞으로 골프를 못치게 되면 어쩌지?''
병원 응급실로 가족들이 달려오고 한창 북새통을 치렀다.
남동생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1백90㎝나 되는 키 큰 녀석의 눈물을 보니 가슴 한쪽이 싸해졌다.
골프에 빠져 한동안 방치해둔 가치들이 떠올랐다.
나에겐 지난 몇 년 동안 가족은 없고 골프뿐이었다.
텔레비전을 봐도 골프 프로만 고집하고 대화 주제가 골프가 아니면 시큰둥하기도 했다.
주말 가족들과의 약속도 골프 약속 앞에서는 늘 두 번째로 미루곤 했다.
소중한 시간, 소중한 가족, 소중한 몸인데….
골프에 묻혀 무관심하고 혹사시킨 것은 아닌지….
''부모님 말씀대로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렇게 빠져 지냈나? 평생할 운동이니 쉬엄쉬엄 하면 어떠하리!''라는 생각으로 골프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 좀 냉정해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환자''의 반성과 결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라이벌 G언니는 지금쯤 어느 연습장에선가 칼을 갈고 있겠지? 아,다음에 난 깨졌다''
허리도 꿈쩍 못하고 누워 있으면서 이런 조급함 때문에 다시 안절부절 못하니 말이다.
병원에서 들은 의사 선생님 말씀이 생각난다.
"골프 때문에 실려온 환자들이 가장 먼저 묻는게 뭔지 아세요? 첫째가 ''골프 언제부터 다시 칠 수 있나요?''예요.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겠죠?''라고 묻지요. 달리 환자가 아니예요. 지독한 골프중독증이죠"
굳은 다짐도 며칠 못가고 라이벌 칼 가는 생각에 조급해지니 나야말로 이래저래 ''환자''인가 보다.
moon@golfsky.com 골프스카이닷컴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