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목금리서 예상물가상승률 뺀 금리 ]

요즘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니, 즐거운 상상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누군가에게서 받을 돈 1억원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돈을 줄 사람이 지금 1억원을 받을지, 1년 후에 5%의 이자를 붙여서 1억5백만원을 받을지 결정하라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장 현찰로 1억원이 필요한 경우가 아닌 한, 1년 후에 돈 1억5백만원의 가치가 얼마나 될 것인가를 생각해서 판단해야 할 것이다.

가령 1년 후에 물가가 3% 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면 지금 상황에서 1년 후에 받게 될 이자 5백만원 가운데 3백만원은 물가 오른 것을 충당하는데 써야 하고 본인에게 순수하게 이자로 돌아오는 돈은 2백만원이 된다.

결국 나는 오늘 1억원을 받을지, 1년 후에 1억2백만원을 받을지를 "지금" 결정해야 하는 셈이다.

여기서 5%는 명목금리이고 예상물가상승률 3%를 뺀 2%가 실질금리가 된다.

실질금리와 관련해 종종 혼동되고 있는 점은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빼는 것인지, 예상물가상승률을 빼는 것인지다.

물가상승률인지 예상물가상승률인지는 그게 그것 같지만, 이는 사실 자못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투자 저축 소비 등의 경제행위는 사전(事前)적으로 어떤 의사결정을 하는가가 중요하다.

1년이 지나고 보니 물가가 5%나 상승해서 5백만원의 명목이자를 받은 것이 아무 소용이 없어졌다고 하더라도, 이는 1년전 나의 저축에 관한 의사결정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지금 투자를 할 것인지, 그냥 은행에 두고서 이자수입을 얻을 것인지도, 1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 후에 나에게 실제로 돌아오게 될 수입을 지금 비교해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제학에서는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금리를 사후적 실질금리, 혹은 실현된 실질금리라고 하여 구별하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예상물가상승률은 심리적 측면이 있어 계측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는 경제현상을 분석하고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인플레 기대심리가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질금리가 0%에 가까워졌다고들 한다.

이자소득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지만, 경제이론적으로 낮은 실질금리는 사실 긍정적인 요인이다.

사람들이 이자수입 대신 실물경제에 투자를 함으로써 수익을 얻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투자가 활성화되면 경제는 살아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길목에 어둠의 그림자처럼 도사리고 있는 것은, 시중의 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게 되면 투기라는 뼈아픈 기억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 구조조정이 실질적인 내용으로 빠르게 진행되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노택선 < 한국외대 교수(경제학) tsroh@maincc.hufs.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