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1945~1982)는 독일 영화사의 전설같은 이름이다.

37세로 요절했지만 무려 40여편의 작품을 발표한 파스빈더는 1년에 많게는 영화 9편을 해치우기도 했다.

속사포처럼 작품을 쏟아내면서도 늘 독창적이고 도발적인 광채를 잃지 않았던 그는 나치즘을 공격하고 독일 산업사회를 비판하던 "뉴 저먼 시네마"감독들 가운데서도 늘 논쟁의 중심에 놓였다.

또 틈틈히 연극이나 영화에도 직접 출연하는 왕성한 에너지를 불태웠다.

파스빈더 감독의 대표작을 모아 상영하는 "파스빈더 회고전"이 4~13일 아트선재센터 아트홀에서 독일문화원의 후원으로 열린다.

"씨네마테크"를 지향하는 아트선재센터가 "멕시코전"에 이어 내놓은 본격 메뉴다.

모두 17편의 장편영화가 상영될 이번 회고전에는 파스빈더의 초기부터 후기 작품이 고루 포함됐다.

초기작 "카젤마허"(69년),"저주의 신들"(69년),"왜 R씨는 미처 날뛰는가"(70년)는 일반인들에게 벅찰만큼 호흡이 길고 느린 작품들.

멜로드라마 형식을 빌려 독일 사회에 뿌리깊은 인종차별주의를 고발한 화제작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73년),형식주의가 돋보이는 "폰타네의 에피 브리스트"(74년),연작 "마리아 브라운의 결혼"(73년),"중국식 룰렛"(76년)등에서도 감독의 다양무쌍한 작품세계를 확인할 수 있다.

동성애에 대한 감독의 동경을 담은 유작 "케렐"(82년)도 관심작이다.

첫날인 4일 오후 6시에는 파스빈더와 함께 저술활동을 했던 한스 귄터 플라움(독일 괴테 인스티튜트 프로그래머)이 "파스빈더와 영상언어"란 주제로 강연을 한다.

관람료는 일반 5천원,학생 4천5백원이다.

단체관람객에겐 4천원,영상관련학과 재학생에겐 3천원으로 할인해준다.

(02)733-8949/www.artsonje.org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