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의 "5월의 여왕".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제54회 칸국제영화제가 9일 막을 올린다.

20일까지 계속될 올 칸영화제는 장편 경쟁부문 23편,비경쟁 9편,단편경쟁 12편 등이 리스트에 올라있다.

아쉽게도 "한국 영화"는 단편 2편을 제외하곤 한편도 끼지 못했다.

신동일 감독의 11분짜리 단편영화 "신성가족"이 단편 경쟁부문에 진출했고 올해 영상원을 졸업한 김영남 감독의 "나는 날아가고...너는 마술에 걸려있으니까"가 중단편 길이의 학생작품을 초청하는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초대됐다.

니콜 키드먼.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영화 "뮬랭 루즈"(감독 바즈 루만)를 개막작으로 출발하는 올 칸영화제의 특징은 아시아 영화의 강세유지와 할리우드의 약진.

"칸이 배출한 거장" "칸이 총애하는 감독"을 선호하는 전통도 변함이 없다.

장편경쟁에는 미국 5편,프랑스 5편,이탈리아 2편,일본 3편,대만 2편,포르투갈,보스니아 스페인 이란 러시아 오스트리아에서 각 1편이 올라있다.

일본영화계는 비경쟁을 포함해 무려 7편을 칸에 입성시키며 중국과 홍콩대신 "아시아 공세"의 선봉으로 나섰다.

경쟁부문에서는 "우나기"(97년)등으로 칸에서 두번이나 대상을 가져간 거장 이마무라 쇼헤이의 "붉은 다리 아래의 따뜻한 강물",신예감독 아오야마 신지의 "사막의 달",코레-에다 히로카즈의 "디스턴스"가 어깨를 겨룬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아바론"은 비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대만에서는 "비정성시"로 유명세를 얻은 후 샤오시엔의 "밀레니엄 맘보"와 차이밍량의 "그곳은 지금 몇시?"가 합류했다.

지난 몇년동안 칸에서 위세를 펴지 못한 미국영화도 올해는 경쟁작 진출수를 대거 늘리며 선전을 예고하고 있다.

호주출신 바즈 루만 감독을 내세운 개막작 "뮬랭 루즈"를 비롯,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칸경쟁부문을 뚫은 드림웍스의 "슈렉",코엔 형제의 "거기 없었던 남자",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멀홀랜드 드라이브",숀 펜 감독의 "서약"이 수상을 벼르고 있다.

유럽의 거장들도 신작을 들고 맞선다.

장 뤽 고다르의 "사랑의 찬가",자크 리베트 "의식하라!",마노엘 드 올리베이라 "집으로 돌아오다"를 각각 출품했다.

보스니아 영화인 "금남의 땅"(감독 다니스 타노비치)도 처음으로 칸의 경쟁부문 문턱을 넘었다.

본선 진출작들은 최우수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을 비롯해 심사위원특별상,남녀주연상,감독상,각본상등 6개 상을 놓고 경합을 벌인다.

황금카메라상은 부문에 관계없이 신인 감독에게 주어진다.

심사위원은 위원장인 감독겸 배우 리브 울만(노르웨이)을 필두로 감독 마티유 카소비츠(프랑스),테리 길리엄(미국),에드워드 양(대만),배우 줄리아 오몬드(영국)등 10명이다.

이밖에 79년 황금종려상을 수상작인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지옥의 묵시록-디렉터스 컷",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네시간짜리 자전영화 "나의 이탈리아 영화기행"도 화제작으로 꼽힌다.

폐막작은 칠레에서 망명한 프랑스 라울 루이즈 감독의 "사나운 영혼들"이 뽑혔다.

한편 작년 "춘향전"이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경쟁부문에 진출한 것을 비롯해 "오!수정"(주목할만한 시선)"해피엔드"(감독주간)"박하사탕"(파노라마)"우산"(단편경쟁)등 5편이나 진출한데 비해 올해 "전멸"에 가까운 성적에 그친 한국영화계는 적잖이 실망한 분위기.

하지만 한국영화가 최근 해외시장에서 개가를 올리고 있는 만큼 칸 영화마켓에서는 나름의 성과를 기대해볼만 하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