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안성기씨가 한 경제신문사가 주최한 골프대회에서 82타를 기록했다는 보도를 읽었다.

오랫동안 골프를 한 사람이라면,파72 코스에서 10타를 넘긴 이런 스코어가 예사로운 기록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 전에 나는 어떤 주간지에서 안성기씨 골프에 관한 기사를 읽기도 하였다.

그 기사에서 인상적인 대목이 있었다.

해외에 나가 1개월이 넘도록 영화촬영에만 몰두했던 그는 서울로 돌아온 이튿날 골프채를 챙겨 연습장으로 나갔다.

2개월 동안 단 하루도 연습장 출입을 게을리 한 적이 없는 ''연습벌레''라는 것이었다.

그는 ''국민배우''라는 칭호를 갖고 있다.

영화에서 어떤 역할이 주어진다 해도 능청스럽거나 혹은 깔끔하게 소화해낼 수 있는 능력이 그에겐 있다.

그런데 안성기씨가 갖고 있는 연기와 골프에 대한 괄목할만한 성과는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냉정한 검색과 연구가 아니었다면 거두기 어려운 성과라는 것을 지나치기 쉽다.

그의 성품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면모는 언제 보아도 오만하지 않아 겸손하고,사소한 일에도 관심을 가지고 소홀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일단 골프에 입문했다면,도둑질이거나 사기수법을 배우는 것이 아닌 이상 열중하고 정진해야 된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측면에서도 안성기씨는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 많다.

나 자신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탓을 시간으로 돌릴 때가 많다.

안성기씨도 우리나라에선 바쁜 사람 중에 손꼽히는 사람이 분명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그가 시간 탓하기를 버릇처럼 했었다면,지금의 성취는 애당초 물 건너간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인상적이라고 표현했던 그의 겸손은 82타를 기록한 성적의 원천이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필드에 나가 18홀 라운드를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겸손은 골프경기에서 잊어선 안될 ''제3의 룰''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겸손한 마음을 가지지 못했다면,그 연습을 감당할 수 있는 열정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주영 소설가 jykim@paradi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