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제목으로 더 유명한 ''러브 포션 #9''이라는 영화가 있다.

외로운 삶을 살아가는 남자 화학자와 동물의 심리연구에 푹 빠져 지내는 여자 생물학자가 어느 날 우연히 집시 여인에게 ''러브 포션''을 받게 된다.

''러브 포션''이란 향기를 맡으면 사랑에 빠지게 되는 신비의 묘약이다.

침팬지에게 이 향기를 맡게 했더니 서로 좋아서 난리가 난다.

이 묘약이 과연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을까.

과학자다운 호기심이 발동한 두 사람은 직접 이 묘약의 향기를 맡는다.

그러면서 좌충우돌 해프닝이 벌어지고 결국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영화는 ''약 기운이 아닌 인간적인 교감에 의해 얻은 사랑이 더 아름답다''는 뻔한 결론으로 끝을 맺는다.

여자 심리학자로 ''샌드라 블록''이 나오고 사랑의 묘약을 건내주는 집시 여인으로 ''앤 반크로프트''가 출연하지만 특별히 재미있는 로맨틱 코미디는 아니다.

그러나 최근 ''러브 포션''은 과학자들에게 더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995년 베른 대학의 클라우스 웨더킨트 박사는 아주 독특한 실험을 했다.

44명의 남자에게 면 티셔츠를 이틀동안 입게 한 다음 얼굴을 모르는 49명의 여성들에게 티셔츠의 냄새를 맡게 했다.

그리고 호감이 가는 냄새를 조사했더니 자신과 유전자형이 다른 남자의 땀 냄새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그런 셔츠의 냄새가 지금의 남자친구나 예전의 남자 친구를 생각나게 한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관심이 없는 티셔츠에 대해서는 아버지나 오빠의 냄새가 났다고 했다.

그들은 이 실험 결과를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설명한다.

서로 다른 유전자가 섞여야 유전적인 결함이 줄어들기 때문에 유전적으로 더 강한 후손을 얻기 위해 인간이 이런 물질을 땀을 통해 배출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에게도 페로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 물질을 추출해서 향수에 담아서 ''러브 포션 #9''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그 효과를 명확하게 입증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 중에는 크게 예쁘거나 잘 생기지 않아도 왠지 호감이 가고 성적으로 끌리는 사람이 있다.

''러브 포션''과 같은 인간의 페로몬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이런 ''좋은 인상''이 화학물질의 교류에 의한 생물학적인 반응일 것이라고 믿는다.

과연 사람이 만나고 사랑에 빠지는 일이 동물들이 페로몬에 반응하는 것과 어느 정도 유사성을 보일지 앞으로 그들의 연구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연구교수 jsjeong@complex.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