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실적악화와 주가하락으로 ''비상경보''를 계속 발동해온 미국 신경제기업의 대표주자 시스코시스템스가 단기간에 정상궤도에 다시 올라설 수 있을까.

세계 최대의 인터넷네트워킹장비업체 시스코를 추락시킨 가장 큰 원인은 ''장비수요격감''.

하지만 최근들어 인터넷장비 수요격감에 대한 반전신호가 잇달아 나오면서 시스코 실적이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 크리스터퍼 스틱스는 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 몇달동안 급감하던 북미 기업네트워킹 수요가 최근 안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시스코의 전체 매출에서 북미 기업네트워크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33%에 이른다.

스틱스는 "미국의 금리인하는 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는 결국 정보기술 인프라에 대한 투자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신회사인 글로벌크로싱은 이날 시스코의 최신형 광섬유 네트워크용 라우터 2개 모델을 도입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OC-192''로 불리는 이 모델들은 초당 최대 10GB(기가바이트)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하이-엔드 라우터''.

약 1억달러 규모의 이번 공급계약은 시스코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글로벌크로싱은 시스코의 경쟁사인 주니퍼네트웍스의 고객이었다.

주니퍼는 최근 3년사이 ''하이-엔드 라우터'' 시장점유율을 0%에서 30%까지 끌어올렸다.

이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인 시스코는 이번 계약을 통해 주니퍼 제품만큼 빠른 라우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받아 향후 마케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같은 호재에 힘입어 이날 뉴욕증시에서 시스코주가는 전날에 비해 2.20달러(12%) 급등한 20달러로 마감했다.

시스코 뿐 아니라 레드백 시카모어 익스트림 등 네트워킹업체들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스틱스는 그러나 사업환경 개선에도 불구하고 시스코를 비롯한 네트워킹주에 대해 냉정한 진단을 내렸다.

그는 "시스코에 대한 투자등급은 그대로 중립을 유지한다"며 "상승모멘텀에 상관없이 이 부문에 대한 주가가치가 여전히 높다"고 평가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