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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시인 白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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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이 깊어가는 집안엔 아이들끼리 웃간 한 방을 잡고 조아질하고 쌈방이 굴리고 빠리깨돌림하고 호박떼기하고 제비손이구손이 하고 이렇게 화디의 사기방등에 심지를 몇번이나 돋구고 홍게닭이 몇번이나 울어서 졸음이 오면 아릇목싸움 자리싸움을 하며 히득거리다 잠이 든다''

    백석 초기 시의 대표작 ''여우난 골 족(族)''의 한 대목이다.

    이 산문시는 명절날 밤 큰집에 모인 친척 아이들의 노는 정경을 서북사투리와 향토적 소재로 그린 작품이다.

    아이들의 놀이명칭도 생소하지만 등잔 얹는 기구인 ''화디'',방에서 켜는 사기등인 ''사기방등'', 새벽닭을 뜻하는 ''홍게닭''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근대시사에서 정지용만큼 토속어를 잘 구사한 시인이 없다고들 하지만 그에 못지 않은 시인으로 꼽히는 인물이 백석이다.

    정지용이 남쪽의 감각적 토속어 위주였다면 백석은 북쪽의 투박한 토속어로 우리말의 서정성을 돋보이게 한다.

    1912년 평북 정주에서 태어난 백석은 오산고보를 거쳐 도쿄의 아오야마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35년 시 ''정주성''을 발표해 문단에 등단한 그는 25세때 유일한 시집 ''사슴''을 펴냈다.

    잡지편집자, 함흥 영생여고 교사를 거쳐 28세부터 만주로 건너가 장춘과 안동에서 측량보조원, 소작인 등 막일을 하다가 광복과 함께 귀국한 뒤 소식이 끊겼다.

    매몰됐던 백석은 87년 월북문인 해금조치로 남쪽에서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시전집 일대기 문학론집 동시집 등이 잇따라 출간됐고 백석문학상도 제정돼 있다.

    백석이 압록강변 삼수에서 농사일을 하다가 95년 83세로 타계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50세 이후 창작 활동을 접었다니 북에서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백석은 ''시골사람이 쓰는 말 그대로'' 시를 쓰면서 민족어의 순수성을 지키려는 의식적 반발로 서민적이며 쉽고 아름다운 토속적 서정시를 남긴 민족시인이라는 것이 문단의 평가다.

    한글은 어휘가 적다느니 멋이 없다느니 푸념만 늘어 놓으면서 외래어나 마구 시 속에 끌어들이는 오늘날 시인들은 정신을 어디다 빼앗기고 있는 것인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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