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으로 추정되는 인사 일행이 위조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하려다 적발된 사건은 이들이 4일 국외추방됨으로써 외부에 알려진지 10여시간 만에 일단락됐다.

일본 정부는 삼엄한 경계망 속에서 이날 오전 7시30분 이들을 호송차에 태워 감호시설에서 나리타공항으로 이송시킨 후 중국으로 출국시켰다.

○…김정남은 호송차에서 내린후 주위를 둘러보는 등 여유있는 표정을 지었으며 키가 작으면서도 체중이 90㎏에 가까울 정도의 비만형 체격을 갖고 있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빼닮은 인상을 주었다.

북한 문제에 정통한 일본 학자들은 일본 정부가 김 국방위원장의 체면과 향후 일·북 외교수립 협상을 고려해 체포됐던 인물이 김정남임을 인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언론은 해당 인물이 ''김정남으로 추정된다''며 끝까지 김정남으로 단정하지 않고 있으나 중국이 일본의 추방의사를 신속히 받아들인 점등으로 미뤄 볼 때 김정남임을 확신하는 눈치다.

○…일본 정부는 김정남의 입국시도 배경에 대해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추방 결정을 발표한 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까지도 정해진 법률에 따라 조치했을 뿐이라며 더 이상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조사과정에서 본인이 디즈니랜드를 가보려 했다고 말한 점이나 그가 북한 정보기술정책의 총책임자라는 점등으로 미뤄 볼 때 이같이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문제 전문가인 게이오대학의 오코노기 마사오 교수는 "후계자수업의 일환으로 김정남이 입국하려 했을 것"이라며 "그 근거로 김 위원장이 평소 아들에게 해외 견문을 넓히도록 권유해 왔다"고 말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일·북 국교정상화의 숙제를 안고 있는 일본 정부가 이번 문제로 양국관계에 악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해 철저한 보안 속에서 처리를 서둘렀다고 보고 있다.

○…김정남은 이복 남동생 정철(20)과 치열한 후계경쟁을 벌여왔으며 신변안전을 우려해 해외로 도망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주목을 끌고 있다.

홍콩 일간 명보(明報)는 4일 일본의 북한 전문가 하기와라 료의 말을 인용,김 위원장이 환갑을 앞두고 조만간 후계자를 지명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남과 정철간 권력투쟁이 심화된데다 김 위원장이 최근 정철의 생모를 총애,신변안전에 위협을 느낀 나머지 도망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