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의 김병윤 교수가 미국에서 노베라옵틱스라는 광통신 장비회사를 창업, 9천4백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한국 벤처의 새로운 모델이 될 만하다고 본다.

1ㆍ4분기중 미국의 벤처투자가 작년 동기에 비해 40% 이상 줄어든 상황에서 투자유치에 성공했다는 것부터가 우선 눈길을 끈다.

미국에서 현재 벤처캐피털의 기업당 평균 투자규모가 2천만달러 이하임을 감안하면 그만큼 투자가치가 높았다고 볼 수 있다.

기술력이 뒷받침되고 시장이 분명하다면 투자유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인 셈이다.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도 눈여겨 볼 것들이 있다.

기술은 한국에서,사업은 미국에서 전개하는 방식으로 현지화 전략을 구사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의 첨단기술 업체들이 미국으로 진출할 때 흔히 활용하는 전략이기도 하지만 해외 진출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국내 벤처기업이라면 특히 참고할 만한 대목이다.

미국에 진출한 후 현지 벤처캐피털의 속성에 밝은 교포의 도움으로 투자기회를 찾은 것도 눈길을 끈다.

인도 중국 등이 이런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왔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작년에 시작된 INKE(한민족 벤처네트워크)의 구축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일이다.

또 기술자인 창업자가 회사를 이끌다가 어느 정도 성장한 후에는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고 창업자는 본래의 기술연구에 전념함으로써 투자자의 신뢰를 높인 것도 국내 벤처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밖에 현지에서의 성공적인 창업과 투자유치가 국내에서 연구소 설립과 연구자금 확보로 이어지게 된 것은 정책적으로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때마침 벤처기업의 해외진출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정부로서도 이번 투자유치가 시사하는 바를 참고해야 하겠지만,무엇보다도 이번 일이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세계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