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BS방송의 대본없는 생존게임 드라마인 ''서바이버 Ⅱ''가 며칠전 막을 내렸다.

1백만달러의 상금을 걸고 13주간 오스트레일리아 산골을 무대로 펼쳐진 생존 드라마의 최종일 시청자수는 3천6백만명.매년 연간 1,2위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미식축구 결승전인 슈퍼볼과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이어 세번째였다.

지난해 여름 말레이시아 외딴 섬의 고립주택안에서 진행된 ''서바이버 I''의 최종일 시청자수는 무려 5천1백만명에 달했다.

참가자들이 배가 고픈 나머지 쥐를 잡고 벌레를 삼키는 장면까지 보여줬던 당시의 시청률은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제치기도 했다.

CBS의 서바이버 열풍은 일시적 현상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리얼리티 쇼''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냈다.

이는 이제 미국사회의 뚜렷한 문화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폭스텔레비전이 ''유혹의 섬''이란 프로그램을 만들어 재미를 본 데 이어 ABC방송국은 오는 9월 1백만달러를 걸고 미 대륙을 횡단하는 ''러너(The Runner)''라는 쇼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작품은 벌써부터 광고를 내겠다는 회사가 줄을 서는 등 화제가 되고 있다.

리얼리티 쇼는 올해부터 에미상의 한 수상분야로 포함될 예정이기도 하다.

TV만이 아니다.

무인도 생활을 그린 톰 행크스 주연의 캐스트 어웨이란 영화도 히트를 쳤다.

출판업계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살아남는 교본''이란 책이 지난 1년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를 오르내리며 무려 1백50만권이나 팔렸다.

내용이래야 고작 ''악어의 공격에서 피하려면 악어등을 타고 목을 눌러라'' ''사자를 만나면 옷을 펴서 몸을 사자보다 크게 보이도록 만들어라''는 식의 서바이벌 이론서이다.

리얼리티 쇼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인간의 몰래 엿보고 싶은 본능을 끄집어내 상업화한다는 도덕적인 문제제기다.

하지만 이런 지적들이 대세를 막기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지금 드라마 작가들이 파업을 불사하면서 임금투쟁을 벌이고 있고 방송국들은 이들의 파업에 대비해 더 많은 리얼리티 쇼를 구상중이다.

사회가 발달할 수록 원초적인 본능에 충실한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