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관리체제 이후 한국은 적극적인 외자유치 정책을 폈으며, 그 결과 오늘날 상장기업의 30%를 외국인이 소유하게 됐다.

외국인들은 은행 보험회사 자동차회사 통신회사 등 산업전반에 걸쳐 한국기업에 투자했고 많은 경우 경영권도 장악하게 됐다.

이러한 추세와 더불어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용어가 회자되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란 선진국의 경제제도와 경영기준을 의미하는데 한국에서 적용하고 있는 것은 엄격한 의미에서 ''아메리칸 스탠더드''라고 봐야 한다.

경영측면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는 투자자의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유로운 해고와 채용문화, 연봉제, 재무건전성, 사외이사제도, 기업공시제도 등을 미국 수준에 맞게 정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스탠더드는 한국경제가 세계경제 속으로 편입되기 위해 필요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문제는 제도 뿐만 아니라 관리방식에 있어서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적용하려고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기업이 추구해 왔던 고용안정, 인화, 인간존중경영이 단기적 효율성중시, 연봉제, 구조조정문화에 밀려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직장마다 사기는 저하돼 있으며 적은 보수에도 회사의 장래를 보고 열심히 일하던 모습은 이제 옛말이 되어 버렸다.

''신바람''나는 직장 분위기는 찾아 볼 수 없고 살아 남기 위한 동료와의 경쟁만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적 경영이라고 하면 곧 문어발식 확장,족벌경영,가신정치,정경유착으로 치부돼 하루빨리 개혁돼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다.

그러나 한국적 경영이 이렇게 비효율적이라면 우리가 현재의 소득 수준을 누릴 수 있었을까.

자동차산업을 예로 들어 보자.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다가 지금 자국의 고유 브랜드로 자동차를 생산하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를 매년 1백만대 이상 수출하는 신흥공업국도 한국 밖에 없다.

자동차산업 외에도 반도체 철강 텔레콤분야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한국적인 경영을 고집한 결과 세계수준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오히려 일찍부터 외자를 유치하고 외국의 경영기법을 받아들인 중남미와 동남아국가들은 외국기업에 예속되어 독자 기술력을 축적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기업들은 내수시장을 공급하는데 역점을 두었으므로 수출에 전력투구하지 않았었다.

물론 글로벌 스탠더드는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또 기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적용되는 나라의 문화에 따라 변형되어야 한다.

민주주의가 ''정치의 글로벌 스탠더드''이지만,각 나라의 상황에 따라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가 있으며,각 사회의 요구에 따라 사회민주주의와 보수민주주의 정권이 교체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기업경영도 모든 나라의 기업에 동등하게 적용되는 글로벌 스탠더드란 있을 수 없으며 현지 사정에 맞게 토착화돼야 한다.

이제 우리 경영학도 글로벌 스탠더드만 벤치마킹할 것이 아니라 한국적 경영학의 강점을 찾아내 이를 전파해야 할 때가 됐다.

한국적 경영을 몸소 실천한 창업 1세대들에 대한 깊이있는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

우리 경영학자들이 헨리 포드를 연구해 포디즘(Fordism)에 대해선 많이 알고 있으며,도요타자동차의 에이지 도요다와 그의 전사적 품질경영(Total Quality Management)은 교단에서 강의하고 있지만,정주영론(論) 이병철론에 대해선 깊이있는 연구가 없는 상태다.

경영은 사람을 다루는 학문이니 만큼 우리도 한국적 경영학의 장점을 적극 발굴,우리 기업에 새로운 힘을 실어 주고 한국 기업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정신적 버팀목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이 한국적인가를 찾아낸다는 것은 어느 분야에서나 어려운 일이며,그것을 세계와 공유할 수 있도록 재창조한다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이 이루어졌을 때 우리는 지금 가장 한국적인 공연예술 ''난타(NANTA)''가 세계적으로 누리고 있는 명성을 경영 분야에서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wchu@car123.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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