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평가한 ''금융회사 여신관행 혁신 추진상황''은 국내 금융회사들이 여전히 낡은 여신관행에 얽매여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대형 선도은행, 해외자본 유치은행, 국책 은행들까지 적지않은 구태를 안고 있는 점이 특히 주목된다.

''BIS비율 맞추기'' 식의 재무적 구조개혁은 어느 정도 달성했다지만 금융회사의 주된 업무인 ''대출및 여신관리''라는 소프트웨어에서는 선진화가 여전히 멀고먼 얘기라는 말이다.

◇ 개혁 골자는 미흡 =지난 98년 5월 금감위와 당시 은행.증권.보험 감독원은 국내 금융산업이 낙후되고 금융위기를 불러온 주요 원인으로 뒤떨어진 여신관행을 꼽았다.

비전문가들이 체계화된 정보도 없이 담보위주로 돈을 빌려주면서, 승인과정에 투명성은 떨어지고 부실징후 경보제나 신용평가등급제 역시 미흡하다고 봤다.

때문에 금융회사의 부실여신 발생을 최소화하고 경쟁력을 제고키 위한 여신관행 혁신 프로그램이 추진됐다.

은행에 이어 99년 7월부터는 자금대출 기능이 있는 비은행권에도 적용됐다.

은행이 앞서 신용평가와 전산시스템으로 전문요원들을 활용하면 비은행권도 따라 오리리라는게 당국의 ''밑그림''이었다.

◇ 은행권 성과도 상당 =여신승인 과정의 투명성 높이기와 여신감리제 강화, 차주의 채무상태에 대한 투명성 확보, 마케팅 개념에 의한 여신상담과 같은 과제는 22개 전은행이 도입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또 △신용평가제 도입 △담보위주 여신관행 탈피 △부실징후 조기경보제도도 1∼2개 은행을 제외하고는 나름대로 시행중이다.

이들 항목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도 일단 제도(도입) 측면에서는 ''합격'' 판정을 내렸다.

국민.주택.신한.하나.한미은행 등을 비롯 일부는 금감원이 제시한 관련제도 모두를 받아들인 것으로 평가받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도 도입을 하지 않은 은행이라도 올들어 제도혁신에 적극 나서 70∼80%가량 진행된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 비은행권 중소형 금융사 집중 감독 절실 =비은행권은 은행과 달리 혁신 과제나 평가항목이 다양하지 않다.

이에 따라 각 금융권의 선도 회사들은 대개 감독원이 제시한 수준의 과제는 이행중이다.

24개 보험사나 22개의 할부금융회사에서도 선도.우량사들은 상당히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여신제도를 도입, 시행중인 것으로 평가됐다.

문제는 중소형 금융회사들이다.

할부금융의 경우 평가시스템을 도입한 곳은 삼성 현대 LG 등 대형사를 중심으로 22개사중 6개, 고객군별 신용리스크관리 차별화를 시행중인 곳 역시 8곳에 그쳤으며 주택할부금융에 대한 심사를 강화한 곳도 9곳에 불과했다.

금고는 총자산 2천억원 이상으로 우선 추진 대상 30개 가운데 신용평가등급제를 추진하고 있는 곳이 7개사에 그쳤다.

신협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 미개선 회사 경영실태평가에 반영 =금감원 관계자는 "앞으로는 도입 완료된 과제(제도)가 실효성있게 운용되도록 내용의 적정성과 활용 실태를 살펴보겠다"며 "업종별 추진과제가 다른 비은행권은 추진 실적을 감안, 추진 일정을 재수립하고 업종별 특성에 맞게 지도하겠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또 은행 등 제도도입이 미흡한 곳에 대해서는 앞으로 자발적인 제도 도입을 유도하되 시행이 늦어지면 정기 경영평가때 ''비계량 항목''에 포함시켜 제재키로 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