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원 < 한국디자인진흥원 원장 ceo@kidp.or.kr >

"저기 좀 봐" 여학생들이 지하철 안에서 자기들끼리 눈짓을 하면서 웃고 있었다.

웬일인가 하고 보니 한껏 정장을 한 신사가 양복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넥타이를 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너무 언밸런스한 모습에 필자도 실소를 금치 못했던 적이 있다.

어디 이것뿐인가.

벨트를 착용하고 멜빵을 맨 사람도 종종 눈에 띈다.

더구나 검정양복과 검정구두에다 흰양말을 신은 모습에서는 할 말을 잊는다.

조금만 감각이 있다면 검정바탕에 흰색이 얼마만큼 사람의 시선을 끌게 되는지 알 수 있을 텐데….

''음치''라면 모두들 부끄러워하지만 형태에 무감각한 ''형치''나 색채에 둔감한 ''색치''는 왜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지.

후진국 때는 디자인이 관심을 끌지 못했다.

삶의 기본적인 요건을 충족하는 데 급급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짧은 기간에 고속성장을 하기 위해 디자인을 미처 챙기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라면 문제가 다르다.

디자인의 무감각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세계인들로부터 웃음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선진국들은 모두 디자인에서 앞서가고 있으며 수준 높은 디자인력을 자랑한다.

디자인력이 곧 국력임을 실감할 수 있다.

선진 국 민들은 수준 높은 디자인 안목을 가지고 있다.

기업들도 디자인력을 높이는 데 신경을 쏟고 있다.

국민들의 디자인 안목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다.

올해를 ''디자인의 해''로 정하고 ''세계산업디자인대회''를 개최해 디자인 붐을 조성하는 것도 그러한 맥락이다.

일상생활 주변에서도 디자인과 관련된 각종 전시회,패션쇼 등이 개최되고 있다.

또한 외국영화를 보면 앞서가는 디자인을 얼마든지 접할 수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이런 기회를 활용한다면 디자인 안목은 차츰 높아지게 될 것이다.

미래의 주인공인 청소년들이 디자인에 민감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그들은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꿈꾸며 디자인 관련학과를 지망하고 있다.

실제로 디자이너는 청소년들의 인기직업 20위 가운데 2위를 차지했다.

이제 우리 모두 ''형치''''색치''에서 벗어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