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많은 사람들은 글로벌화가 전세계 소득격차를 줄였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최근 나온 2개의 연구결과는 오히려 소득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은행의 브랑코 밀라노빅은 전세계 인구 85%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1988~1993년 가계소득을 조사했다.

그리고 나서 각국의 국내 소득격차와 국가간 소득격차를 합쳐 지니 상관계수를 계산한뒤 이를 구매력평가(PPP)기준으로 다시 산출했다.

지니 상관계수란 소득격차를 재는데 가장 많이 쓰이는 지수로 0은 완전한 평등,100은 한사람이 모든 소득을 차지하는 완전한 불평등을 뜻한다.

그 결과 전세계 지니 상관계수는 1988년 62.5였으나 1993년에는 66으로 급증했다.

전세계 빈부격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얘기다.

유리 디코노프와 마이클 워드,두 경제학자는 밀라노빅과 똑같은 통계를 갖고 다른 방법으로 연구를 했다.

이 연구 역시 1988~1993년사이에 전세계 소득격차가 크게 확대됐다는 똑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지니계수는 6이나 증가했다.

더욱이 전세계 인구중 극빈층 10%에게 돌아가는 소득은 25% 줄어든 반면 가장 부유한 10%에게 돌아가는 소득은 8%나 늘어났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답은 4가지다.

첫째,선진국(OECD 회원국 기준)의 경제성장률이 개발도상국보다 더 빨랐다.

둘째,개도국의 인구증가율이 더 높았다.

셋째,세계 인구비중이 높은 중국 인도 아프리카 농촌지역의 생산량 증가율이 낮았다.

넷째,중국의 도시와 농촌간,중국과 인도의 농촌간 생산및 소득격차가 급속히 벌어졌다.

지난 1988~1993년 사이에 중국의 도시소득은 급속히 증가했다.

따라서 중국의 평균 소득과 선진국 중산층의 소득간 격차는 줄었다.

전세계 지니계수가 하락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중국 농촌과 도시간,중국과 인도의 농촌간 소득격차는 늘어나면서 불평등의 정도가 심해졌다.

이런 흐름에는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기술변화와 금융 자율화로 최부유층 가계의 숫자가 비대할 정도로 급속히 증가했다.

반면 극빈층의 소득은 줄지 않았지만 인구증가에 따라 극빈층의 숫자 자체가 급증했다.

이와함께 선진국의 수출품 가격은 후진국의 수출품 가격보다 훨씬 빠르게 상승했다.

가난한 국가 국민들이 살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선택폭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셈이다.

가난한 국가 국민들과 전세계 하층 3분의2는 소득과 가격,양쪽 측면에서 불평등이 심화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기술혁신 덕분에 천연자원 대체품 개발도 가속화된다.

따라서 천연자원을 고갈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러시아및 일부 동아시아 등 후진국들은 이것이 불가능하다.

이 지역에서는 경제성장을 위해 천연자원을 고갈시킬 수 밖에 없다.

이는 미래의 잠재력을 갉아먹는 짓이다.

그러나 글로벌화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는 대부분 북미와 서유럽등 선진국에서 나오고 있다.

개도국의 엘리트들은 왜 서방 톱10 국가들만 살찌우는 글로벌화에 찬성하는가.

이들은 왜 자국경제를 좀 더 전략적으로 세계 경제에 통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가.

그 이유는 이들이 세계 불균형이 줄어들고 있다고 믿거나 혹은 이런 격차가 자신들에게는 오히려 이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도데체 어느정도까지 소득격차가 더 벌어져야 문제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낄까.

이런 상황이 오기 전에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들,국제 NGO(비정부기관),학계가 합심해 세계 소득격차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올려놓아야 한다.

정리=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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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런던스쿨 오브 이코노믹스의 로버트 웨이드 정치경제학 교수가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26일자)에 기고한 "승자와 패자(Winners and losers)"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