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서울 강서지역에 도시락 배달점을 차렸다.

중소형 빌딩과 상가가 드문드문 있고 뒤쪽에 연립주택이 위치한 지역의 도로변 점포였다.

A씨는 남편의 불안정한 직장 때문에 자영업을 시작하게 됐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그녀의 남편은 여러 차례 회사를 옮겨다녔으며 툭하면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말을 했다.

자금 여유가 많지 않았던 A씨는 2년동안 부은 곗돈과 친정집에서 빌린 돈을 합해 가게를 열었다.

도시락 배달점을 택한 이유는 체인점으로 오픈하면 특별한 음식 노하우가 필요하지 않고 점포 규모가 작아 소자본으로 개점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개점 초기에 만족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영업이 됐다.

하지만 6개월쯤 지나자 매출이 떨어지고 A씨는 지치기 시작했다.

A씨의 영업이 신통치 않자 남편이나 자녀들이 집안일도 잘 챙겨 주지 못하는 엄마에게 불만을 말하곤 했다.

결국 A씨는 1년2개월 만에 호프집을 하려는 사람에게 가게를 넘겼다.

영업 기간에 조금씩 번다는 생각은 했지만 결국 투자비를 날려 결과적으로 손해를 입었다.

A씨의 실패 원인은 여러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입지 선정이 잘못됐다.

도시락 전문점은 유동 인구가 많고 직장인이 많거나 상가가 밀집된 업무복합 지역에 적합하다.

A씨는 자금이 부족해 일단 도로변 점포라는 점 하나만 보고 주변 여건이 좋지 않은데도 점포를 얻었다.

그가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상가나 사무실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배후의 연립주택들은 도시락 수요가 거의 없는 고객층이라 영업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둘째, 종업원 관리에 실패했다.

도시락은 신속한 배달이 가장 중요한데 말없이 그만둬 속을 썩이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제 때 출근하지 않고 불성실한 배달 태도를 보였다.

더욱이 점심시간 1시간에 많은 물량을 소화해야 하는데 배달 약속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불평하는 고객들이 한 둘씩 늘어났다.

셋째, 점심시간 이외에는 영업을 활성화시키지 못했다.

지역 특성상 저녁 손님은 거의 없었다.

이럴 때는 단체 주문을 적극 확보하는 등의 공격적인 대비책을 세워야 하는데 장사 경험이 없는 A씨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채 찾아오는 손님만 기다렸다.

넷째, 가족들과의 불화였다.

초등학생과 중학교 다니는 자녀들은 엄마가 늘 늦게 들어오는데 대해 불만이 컸다.

싼 점포를 얻는데 열중하다 보니 거주지와 너무 떨어진 곳에 점포를 구하게 됐다.

따라서 가족에게 소홀하고 A씨의 피로를 가중시키는 원인이 됐다.

게다가 매출이 줄어들자 인력도 줄이게 돼 A씨 혼자서 바쁘게 가게일에 매달려야 하는 시간이 늘어났던 것이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천리안 GO 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