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스트 쾰러 < IMF 총재 >

세계경제는 지금 심각한 조정국면을 거치고 있다.

지난 10년간 세계 경제성장의 엔진이었던 미국경제가 비틀거리고 있으며 다른 지역경제 전망도 밝지 않다.

아시아 유럽의 성장률은 현재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비관론에 빠지는 것은 너무 성급한 판단이다.

어떤 면에서 미국경제 침체는 부풀려진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필요할 수 있다.

게다가 많은 나라의 펀더멘털은 몇년전보다 오히려 건전해졌다.

정부재정도 상대적으로 견고하다.

변동환율제의 정착으로 국제 통화시스템도 외부압력에 대한 적응력이 커졌다.

무엇보다도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경제정책 운용에 있어 충분한 여유가 생겼다.

이러한 배경에서 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 이상(2000년에는 4.8%)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수치는 지난 20년간 평균 경제성장률과 일치하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3% 이상의 성장을 이룩하기 위해선 노련한 정책운영이 요구된다.

미국 FRB는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함으로써 경기안정을 위한 강한 의지를 천명했다.

또 필요하다면 추가인하도 단행하겠다고 시사했다.

미국에서 논의되는 조세삭감도 궁극적으로 소비자와 투자자의 신뢰를 강화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다.

제로 금리로 복귀한 일본도 기업 은행의 구조조정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의 조세개혁도 시기적절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유럽이 단지 몇년만에 처음으로 미국보다 빠른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는 점에만 흐뭇해한다면 유감스런 일이다.

유로권에 장밋빛 미래만 펼쳐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IMF는 유럽의 경제성장 전망치를 지난해 3.3%에서 올해 2.5%로 하향조정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인하를 단행한다면 유럽경제에 확실한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좀 더 야심찬 개혁 노력이야말로 금리인하만큼이나 중요하다.

인적자원과 기술 노하우는 성장률을 현재 2.5%에서 3% 이상으로 높이는 돌파구를 열어줄 것이다.

이러한 경제성장은 실업을 대폭 줄이고 유로를 강화하며 세계경제를 성장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다.

각 국가의 경제성장을 위해 세계화의 기회를 열어주고 그에 대한 위험부담을 감소시키는 것이 IMF가 추구하는 국제경제정책의 역할이다.

세계화는 생산성 제고,무역량 증가,직업창출 등의 성과를 달성하도록 도와준다.

문제는 한 국가가 그러한 흐름에 적응하기 위한 사회,정치구조의 역량을 확장시키는 과정에서 위험스런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본 유출입시 나타나는 과도한 불안정성도 위험의 원인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문제는 이제까지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세계화가 가져다준 번영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빈곤에 대한 투쟁이야말로 21세기의 평화를 여는 열쇠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개최된 IMF연례회의에서 1백83개 회원국들은 세계화의 혜택을 모두가 누리게 하기 위해 기금을 만들자는 제안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러한 기금이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IMF의 근본취지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

IMF의 역할은 세계경제의 구조적인 변화 가운데 국제금융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IMF도 금융시장 등의 발전에 맞게 변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IMF 내부에 국제자금시장 부서를 신설하거나 민간 금융기관 고위관계자들과의 대화채널을 상설하는 등의 노력이 따라야 한다.

정리=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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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호르스트 쾰러 IMF총재가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독일의회 의원들과의 회의에서 연설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