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중국을 중심으로한 아시아 국가간의 금융협력 움직임이 가시화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9일부터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하고 있는 한국의 진념 부총리를 비롯한 59개 역내외 가맹국 대표들도 금융협력 방안을 촉구할 계획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금융협력 방안이 구체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장애요인이 남아 있지만 앞으로 금융협력이 본격화될 경우 아시아 경제안정뿐만 아니라 세계경제 질서 재편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무엇이 논의돼 왔나 = 한.중.일 3국간의 금융협력을 위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때는 1997년 외환위기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부터 아시아 경제를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이들 3국이 외환위기 재발방지 차원에서 다양한 금융협력을 구상해 왔다.

그동안 아시아 국가간의 포괄적인 지역블록 구축 필요성과 함께 한.중.일 3국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자는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외환위기 방지대책으로는 외환위기 문제를 수시로 협의할 수 있는 금융안정포럼(FSF)과 외자융통계획인 통화스와프 협정, 아시아통화기금(AMF) 창설문제가 검토됐다.

최근에는 아시아 지역 내에 공통화폐가 도입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한.중.일 3국의 전문가들이 공통화폐 도입방안을 놓고 한창 연구를 진행 중이다.

◇ 공통화폐 도입 논의 급진전될 전망 =현재 예상대로라면 이번 ADB 총회기간중 최소한 한국과 일본간의 통화스와프 협정이 체결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한.일 양국이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을 경우 아시아통화기금과 공통화폐 도입논의도 급속히 진전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한.중.일 3국간의 금융협력이 구체화되는 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경제 질서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미국의 통상압력 그리고 동남아를 중심으로 계속 위험요인으로 거론되는 ''3년 주기의 국제금융위기''에 대해 개별국가 차원보다는 공동대응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아시아 경제의 중심축이 빠르게 중국으로 이전되고 있는 데다 일본 고이즈미 내각이 당면한 금융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인접 국가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보고 경제협력에 적극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 아시아 경제 안정 효과 크다 =주요 예측기관들은 한.중.일 3국간 협력의 정도가 높아질수록 아시아 경제가 급속히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우리의 경우 한.중.일 3국간 FTA를 추진할 경우 수출이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GATT의 SMART 모델).

특히 최근 우리나라는 수출과 외국인 직접투자가 급감하고 있고 단기외채가 늘어나면서 외화유동성을 우려하는 해외시각을 이번 총회에서 한.일간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만으로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한.중.일 3국을 중심으로한 금융협력이 구체화되기까지는 여전히 걸림돌이 많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일본과 중국의 아시아 경제주도권 확보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심하고 아시아 국가간 경제력 격차가 가장 큰 장애요인이다.

동시에 과거 일본의 식민지 지배로 인한 한국등 주변국의 역사적 감정이 아직까지 많이 남아 있는 데다 북한문제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의 가변성이 높은 것도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