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시장논리 무시한 증시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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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는 지난 8일 주식투자자가 매매주문을 내면 체결여부에 상관없이 무조건 수수료를 부과토록 하는 ''기본요금''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호가''를 낼 때마다 수수료가 따라붙게 만들겠다는 얘기다.
주식매매가 성사됐을 때 거래대금 기준으로 부과하던 현행 제도와 다른 것이다.
덕분에 체결된 주문에 대한 위탁수수료는 지금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시세를 왜곡하는 데이 트레이더의 허수주문을 막아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제도변경의 취지다.
물론 일리있는 얘기다.
허수주문으로 선량한 ''개미군단''을 유혹한 뒤 순식간에 치고빠지는 수법으로 시세차익을 노리는 ''악질적인'' 투기꾼은 막아야 한다.
종종 발행주식수보다 많은 허수주문을 내는 경우도 목격되곤 한다.
그렇지만 증권가에선 ''빈대잡으려다 자칫 초가삼간을 태울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관료들이 ''시장의 생리''에 둔감하다는 것이 여의도 증권가의 반응이다.
시장은 항상 선(善)만 존재하는 게 아니란 점을 관료들이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은 합리적인 투자자(正)와 투기세력(反)이 골고루 섞여 있어야 대안(合)을 찾으며 부가가치를 창출하려 노력한다.
합리적인 투자자는 주식을 사면 은행의 정기예금금리보다 높은 배당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주식을 사모은다.
그런데 지난 해 상장사의 평균 시가배당률은 5.64%,코스닥등록기업은 1.29%였다.
정기예금금리보다 낮다.
단순하게 이 기준으로 봐선 합리적인 투자자들 만으로는 시장이 열릴 수 없다.
반면 투기세력은 단지 시세만 좇아 움직인다.
두 세력이 치고받으면서 비로소 시장이 형성된다.
한 증권사 사장은 "악질적인 투기꾼을 막기 위해 건전한 데이 트레이더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는 처방전은 주식시장의 한쪽 날개를 자르는 셈"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허수주문으로 시장을 교란시키는 데이 트레이더가 자본시장의 물을 흐려놓기는 하지만 시장의 자정(自淨)능력으로 다스리는 게 최선의 길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비상식적인 허수주문은 현행 감리체계를 제대로 가동하더라도 적발이 가능하다는 게 증권계 안팍의 분석이다.
한쪽에선 주가를 부양하겠다고 분주하고 다른 한쪽에선 시장의 논리를 무시하는 게 정부 증시대책의 현주소인 것같아 입맛이 씁쓸하다.
남궁덕 기자 nkduk@hankyung.com
이른바 ''호가''를 낼 때마다 수수료가 따라붙게 만들겠다는 얘기다.
주식매매가 성사됐을 때 거래대금 기준으로 부과하던 현행 제도와 다른 것이다.
덕분에 체결된 주문에 대한 위탁수수료는 지금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시세를 왜곡하는 데이 트레이더의 허수주문을 막아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제도변경의 취지다.
물론 일리있는 얘기다.
허수주문으로 선량한 ''개미군단''을 유혹한 뒤 순식간에 치고빠지는 수법으로 시세차익을 노리는 ''악질적인'' 투기꾼은 막아야 한다.
종종 발행주식수보다 많은 허수주문을 내는 경우도 목격되곤 한다.
그렇지만 증권가에선 ''빈대잡으려다 자칫 초가삼간을 태울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관료들이 ''시장의 생리''에 둔감하다는 것이 여의도 증권가의 반응이다.
시장은 항상 선(善)만 존재하는 게 아니란 점을 관료들이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은 합리적인 투자자(正)와 투기세력(反)이 골고루 섞여 있어야 대안(合)을 찾으며 부가가치를 창출하려 노력한다.
합리적인 투자자는 주식을 사면 은행의 정기예금금리보다 높은 배당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주식을 사모은다.
그런데 지난 해 상장사의 평균 시가배당률은 5.64%,코스닥등록기업은 1.29%였다.
정기예금금리보다 낮다.
단순하게 이 기준으로 봐선 합리적인 투자자들 만으로는 시장이 열릴 수 없다.
반면 투기세력은 단지 시세만 좇아 움직인다.
두 세력이 치고받으면서 비로소 시장이 형성된다.
한 증권사 사장은 "악질적인 투기꾼을 막기 위해 건전한 데이 트레이더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는 처방전은 주식시장의 한쪽 날개를 자르는 셈"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허수주문으로 시장을 교란시키는 데이 트레이더가 자본시장의 물을 흐려놓기는 하지만 시장의 자정(自淨)능력으로 다스리는 게 최선의 길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비상식적인 허수주문은 현행 감리체계를 제대로 가동하더라도 적발이 가능하다는 게 증권계 안팍의 분석이다.
한쪽에선 주가를 부양하겠다고 분주하고 다른 한쪽에선 시장의 논리를 무시하는 게 정부 증시대책의 현주소인 것같아 입맛이 씁쓸하다.
남궁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