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그린스펀 의장은 주식투자를 전혀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전철환(63) 한국은행 총재는 주식을 얼마나 갖고 있을까.

그의 대답은 쌍용투자증권(현재 굿모닝증권) 단 1주.

예전에 사외이사를 맡았을때 받은 것이다.

옛날 돈처럼 기념품으로 보관하고 있다.

전 총재는 1998년 4월 한은 총재로 부임하면서 가족들에게 다짐을 받아뒀다.

두 아들(판사 의사)에게 총재 임기(2002년3월)동안에는 주식투자를 절대 하지 말고 이미 하고 있다면 일절 사지도 팔지도 말라는 것.

전 총재는 "한 아들은 주식이 없고 다른 아들은 비쌀 때 산 주식을 그대로 갖고 있어 손해를 많이 봤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요즘도 가족이 모이면 노파심에 은근히 주식 투자 여부를 떠본다.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전 총재의 재테크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확정금리 채권과 예금 뿐이다.

그린스펀 의장이 금리변동이 별로 없는 단기채권에 투자한 것과 엇비슷하다.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22년간 몸담았던 충남대에서 받은 퇴직금 1억원으로 산금채를 샀다.

당시 금리는 연 16%.

만기 2년짜리 채권이어서 작년초에 원리금을 상환받았다.

전 총재는 "금리가 이렇게 내려갈 줄 알았으면 3년짜리를 사둘 걸 그랬다"며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불린 돈은 신용협동조합의 확정금리 예금상품에 넣어뒀다.

40년간 신협 운동을 펴와 남달리 신협에 애착이 많다.

남들처럼 안전성이나 수익성을 따진 것은 아니다.

전 총재는 골프를 안 친다.

대신 자타가 공인하는 독서광이다.

충남대 교수(국문과)인 부인과 함께 모은 장서가 1만권을 넘는다.

그의 퇴임후 바람은 "4평짜리 방".

내년 3월 총재 임기를 마치면 충남대에 장서를 모두 기증하고 강의도 필요 없으니 4평짜리 연구실 하나만 달라고 부탁해 보겠다는 것이다.

1억여원의 예금에다 퇴직금을 합쳐 노후 생활비로 요긴하게 쓸 참이다.

한은 관계자는 "전 총재가 재테크보다 무작정 저축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선비"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