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미국 경제는 올해처럼 우울했다.

모두가 경기 침체를 우려했다.

정부도 그랬고 민간 이코노미스트들은 더했다.

그해 10월 신규주택 판매는 2.7% 줄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로 모기지(주택담보대출)금리가 떨어지고 있었는 데도 주택매매는 부진했다.

개인과 기업들의 빚도 늘어났다.

기업의 재고는 쌓였고 수출도 여의치 않았다.

제조업 경기의 바로미터인 전미구매관리자협회(NAPM)지수는 46.5를 가리켰다.

이 지수가 50 미만이면 제조업 경기의 축소를 의미한다.

당시 자료를 찾아보니 한 이코노미스트의 어두운 경기진단이 눈에 띄었다.

"분명히 경기침체(recession)의 위험이 매우 높다"(스톤매커시리서치센터의 레이 스톤 소장)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결과는 딴 판이었다.

경기 침체 전망은 완전히 빗나갔다.

경제성장률은 2.7%로 놀랄만한 성적이었다.

한 해전인 1994년의 4%에 비하면 크게 둔화됐지만 침체와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불안했던 1995년을 무사히 넘긴 미국 경제는 그 후 승승장구했다.

1997년부터 1999년까지 연간 성장률이 4.2~4.4%였고 2000년에는 5%에 달했다.

그리고 10년 장기호황의 위업을 달성했다.

지금 미국 경제는 여러 면에서 1995년의 복사판이다.

신규 주택판매가 줄고 기업들의 재고가 늘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의 지난 1월 신용카드빚은 1백60억달러 늘었다.

NAPM지수는 43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그때처럼 노동생산성도 떨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얼마전 미국의 경제전문통신사인 블룸버그는 "경기예측은 틀릴 수밖에 없는 작업"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모든 경기지표들의 총 집합체인 경제성장률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산업의 다양화와 경제의 글로벌화로 성장률에 영향을 주는 경기 변수들이 수시로 달라지고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1995년처럼 경기예측이 크게 빗나가길 기대한다.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