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종현 < 라이코스코리아 사장 jkah@lycos.co.kr >

작년 이맘때부터 들려오기 시작했던 닷컴 비관론이 현실로 나타나 사이트 폐쇄,대량 감원,추가 투자중단 등 닷컴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공황상태에 가까운 쇼크에 대한 이야기가 주요 화제임은 말할 것도 없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신경제의 주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유망벤처 CEO들은 "요즘 힘들지?"라는 질문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물론 신춘(新春)이 도래하기를 바라 마지않지만 다시 봄이 찾아오기 전에 지난 일을 한번쯤 되짚었으면 한다.

닷컴 주가폭락에는 중요한 요인 하나가 있다.

바로 ''나쁜 아이디어''들이 어렵지 않게 엄청난 투자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은 대부분 닷컴의 사업계획에 신선한 아이디어가 전무하다고 지적했었다.

그럼에도 이런 ''뻔한''아이디어들이 투자액을 쉽게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삼일고가도로에서 광화문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갑자기 급강하하는 구간이 있었다.

언젠가 필자는 뻥 뚫린 삼일고가도로를 신나게 질주하다가 이 구간에 이르러 뒤늦게 경찰차를 발견하고 급브레이크를 밟은 적이 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고 말았다.

많은 벤처캐피털들은 작년 중반부터 포트폴리오를 재고하면서 "도대체 내가 어디에 투자한거지?"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삼일고가도로에서 느꼈던 아찔함은 지금 이들의 심정과 비슷하리라고 생각된다.

지금은 사뭇 달라졌다.

극도로 신중한 투자는 물론이고 닷컴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겠다는 ''닷컴 멀미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일부에선 닷컴냄새가 나지 않는 이름으로 사명을 변경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불변의 사실은 인터넷이 앞으로도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할 것이라는 점이다.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은 지금의 태풍을 이겨낼 것이고 장차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다.

실제로 고객확보 비용은 계속 낮아지고 있고 대부분의 인터넷기업은 초창기의 ''알리기''열풍단계를 지나서 마케팅비용을 적게 지출하는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군살을 빼 균형잡힌 몸을 만들고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아이템을 끊임없이 발굴해 간다면 이 사막 끝에 있을 약속의 땅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