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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에세이] 현대인의 발명품 .. 김수이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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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이 < 문학평론가 whitesnow1@daum.net >

    어느 집이나 한 달에 한두 번쯤은 치르는 ''행사''가 있다.

    냉장고 안에 있는 오래된 음식물을 처리하는 일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 우리의 미각을 즐겁게 해 주었던 음식들은 골치덩어리로 변해 처분을 기다린다.

    이사를 하는 집은 이런 고민을 가볍게 해결하기도 한다.

    진열장의 재고품을 새 상품으로 바꾸듯 지난 음식을 버리고 갓 구입한 음식으로 냉장고를 다시 채우는 것이다.

    이제 버리는 일은 현대인의 일상이 되었다.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보면 버리고 싶은 물건이 언제든 눈에 띈다.

    사용할 수도,가차없이 버릴 수도 없는 그 물건들은 우리의 죄책감이 묽어지는 시간을 기다렸다가 결국 쓰레기장으로 직행하는 운명이 된다.

    거창하게 쓰레기에 운명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은 쓰레기야말로 현대인의 삶을 결정하는 중요한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상상할 수도 없었던 놀라운 발명품을 많이 만들어냈지만 그중에서도 쓰레기는 가장 획기적인 발명품(?)에 속한다.

    수만년 동안 인류는 쓰레기 없이 살아왔으며 버려야 할 것은 모두 분해 가능한 유기물로 곧바로 자연에 흡수되었다.

    우리 농촌에서도 남은 음식물은 밭의 거름이나 가축의 먹이가 되었고 부서진 집의 잔해는 땔감이 되어 흙으로 돌아갔다.

    쓰레기는 인간의 욕망과 과학의 발달이 만든 현대사회의 거대한 찌꺼기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는 욕망은 자연의 법칙에서 이탈한 기괴한 물질들을 탄생시켰다.

    이 괴물들을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연의 섭리를 배반한 인간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철학자 바타이유는 인간이 만든 과도한 잉여를 ''저주의 몫''이라고 부른다.

    불필요한 잉여는 축복이 아닌 저주의 덩어리라는 뜻이다.

    현대인이 너무 많은 것을 생산하고 소모함으로써 불행해졌다면 원시인들은 쓸 만큼 생산하고 쓴 만큼 되돌려줌으로써 행복할 수 있었다.

    원시인들이 신을 위한 제사에 인간을 제물로 바친 것은 자연에서 빼앗은 생명을 갚는 신성한 보상행위였다.

    인간이 먹고 쓰는 모든 것은 자연의 생명체이며 자원이다.

    그 대가로 미개한 원시인은 인간의 생명을 돌려주었고 문명의 현대인은 더러운 쓰레기를 돌려준다.

    매일 엄청난 쓰레기를 버리며 사는 우리를 숙연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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