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US뉴스&월드리포트지에 의해 서부 버클리와 더불어 공립대부문 공동1위에 랭크돼 있는 버지니아대가 때아닌 학사부정으로 술렁이고 있다.

이 대학 학부 물리학을 수강한 학생들중 1백22명이 다른 학생의 보고서를 베껴 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커닝(cheating)''을 하거나 남의 숙제를 베껴 내면 바로 퇴학당하는 이 대학의 학칙에 따라 60여명이 학교에서 쫓겨 날 위기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물리학 강의를 맡고 있는 루이스 불룸필드 교수가 6개 이상의 단어가 같으면 ''표절 의심이 간다''고 찝어낼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 학생들이 제출한 1천8백여개의 과제물을 50시간에 걸쳐 검사한 결과 60여개의 거의 같은 보고서를 찾아낸 것이다.

이 중엔 졸업한 학생들 것도 끼여 있는데, 이 경우 버지니아대는 이수 학점은 물론 졸업증서까지 몰수하는 엄격한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아무리 어려운 과제물도 인터넷망을 타고 돌아다니는 정보만 잘 취합하면 몇번 클릭으로 완벽한 보고서 형태로 만들어 낼수 있는 시대에 독자적인 창의로만 숙제하는 학생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라는 것이 학생들의 항변이다.

"다른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 중에도 커닝을 하거나 숙제를 베껴 내는 일이 적잖은 상황에서 유독 물리학 수강 학생들에게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퇴학조치가 내려지는 건 부당하다"는 형평성 문제 또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독립선언서를 기초한 설립자 토머스 제퍼슨의 높은 기상을 이어 받았다고 자부하는 이 학교의 학풍과 전통을 고수하려는 학교당국은 이들 ''해적학생''들에 대한 징계에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대학이 채택하고 있는 "커닝하지 않는다.훔치지 않는다.거짓말하지 않는다"는 명예선서(Honor Code)를 수호하려는 강한 집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때맞춰 서울대에서도 사회대 일부 학생들이 중간고사 도중 집단으로 커닝을 해 나머지 학생들의 반발로 재시험이 치러지는 등 물의를 빚었다는 소식이고 보면 인터넷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과 교수사이의 ''학사부정을 둘러 싼 전쟁 아닌 전쟁''은 지구촌의 공통된 골칫거리인 모양이다.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bjnyang@aol.com